지난 5월 취임과 함께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질의응답(도어스테핑)은 반갑고도 신선한 조치였다. 대통령 발언은 그 어떤 취재원 발언보다 뉴스 가치가 크지만 지금까지 이를 직접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언론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은 기자회견이 사실상 유일했는데 질문자, 질문 개수, 질문 순서 등이 미리 정해져 있거나, 이런 제약이 없다고 해도 연례행사 정도로 횟수가 적어 국민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점에서 비록 5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라 해도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두 달 동안 진행한 25번의 질의응답은 그 자체로 긍정적이다. 대통령의 작은 실언도 후폭풍을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는데도 이를 밀어붙인 윤 대통령의 소통 의지는 전임자들과는 확실히 차별된다. 출근길 질의응답에 대한 언론계 안팎의 평가가 대체로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첫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고 하지만 문제점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정과제에 대한 대통령의 이해나 내부 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오는 즉흥 발언이 주는 위험성이 입증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주 52시간제 유연화 방안’을 브리핑한 다음날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일이 대표적이다. 근로시간제 개편은 노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민감한 현안인데 대통령의 이 발언으로 대통령실과 주무부처 간 엇박자가 드러났다. 대통령이 보고를 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대통령실은 “오전 신문을 보고 정부의 최종결정이 이뤄진 걸로 생각하신 것이지, 고용부의 브리핑 보고를 못 받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수습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런 사례 이외에도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에 대해 참모들이 해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혼선은 그렇지 않아도 일천한 행정 경험이 약점으로 지적됐던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언론의 합리적 문제제기에 대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전임 정권 때리기’ 방식으로 피해가려는 태도를 보인 점도 아쉽다. 검찰 출신 편향 인사에 대한 지적에 대해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했다”고 하거나, 부실한 인사검증 지적에 대해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냐”며 다소 감정적으로 반박한 사례가 그렇다. 대통령이 불리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하고 싶은 발언만 앞세우거나, 추가 질문을 받지 않는 상황은 출근길 질의응답의 존재가치인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자칫 대통령이 출근길 질의응답을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기자들이 밀착해 질문하던 질의응답 방식을 12일부터 원거리 질의로 바꾸었다. 전날 대통령실은 코로나 상황 악화로 질의응답을 잠정중단하고 서면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윤 대통령이 방식을 바꾸어 재개한 것이다. 보건위기 상황임에도 언론과의 소통 의지를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평가한다. 다만 이번 기회에 출근길 질의응답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횟수에 집착하기보다는 횟수를 줄이더라도 시간을 늘려 보다 깊이 있는 질의응답을 유도하거나, 정식기자 회견 등으로 즉흥성을 보완하는 대안 등을 검토할 만하다.
언론과의 소통 강화, 국민과의 거리 좁히기라는 좋은 취지를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대통령의 철저한 준비가 필수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