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유념

[이슈 인사이드 | IT·뉴미디어] 장슬기 MBC 데이터전문기자

장슬기 MBC 데이터전문기자

선거철도 아닌데 목을 빼고 여론조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데드 크로스’는 이미 기정 사실이고, 곧 긍정평가가 20%대로 접어들진 않을지, 우려와 기대가 섞인 관심이다. 취임한 지 이제 석 달을 바라보는 시점이다.


‘지지율에 유념치 않는다’는 윤석열 대통령,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그는 사실 데드 크로스도, 골든 크로스도 이미 경험했다. 윤 ‘당선인’의 직무수행을 평가하는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는 경우는 여러 번 있었고, 취임 바로 전 주에 나온 갤럽조사에선 부정 48%, 긍정 41%로 그 차이가 오차범위(±3.1%p)를 넘어서기도 했다. 용산 집무실 이전에 인사문제, 병사월급 200만원 등 일부 공약 후퇴논란이 불거졌던 시점이다.


준비 과정은 험난했지만, 막상 본게임에 들어가니 부정평가가 10%p 가까이 줄어들며 긍정평가와 차이가 커졌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도 최고치를 기록하며, 3주 만에 치러진 지방선거도 압승. 기세를 이어나가며 국정동력을 확보하는 듯 싶었지만, 스치듯 짧은 허니문이었다. ‘필요하면 또 하겠다’는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부정평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당선 이후 3개월가량 50%에서 횡보하던 긍정평가는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역대 대통령 사례를 보면 하락세가 시작된 후, 50% 아래로 내려간 긍정평가를 다시 탄탄하게 회복한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예외는 한 번, 김대중 대통령 3년차에 나타났다. 갤럽 기준을 보면, 2000년도 2분기에 38%까지 떨어진 긍정평가를 3분기에는 54%로 회복하는데,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이 6월에 열렸다. 강력한 모멘텀 없이는 쉽지 않다는 거다. 얼마나 오르고 내렸을까?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모두 종합해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여론M(http://poll-mbc.co.kr/)으로 지방선거 시점과 7월 둘째주 국정수행평가를 비교해보면, 긍정평가는 53.7%→36.5%로 17%p 넘게 떨어졌고, 부정평가는 35.8%→56.7%로 21%p 가까이 늘어났다. 이렇게 긍정과 부정평가가 자리를 바꿀 때는 선행 지표로 보통 ‘잘 모르겠다’거나 ‘어느 쪽도 아니다’라고 응답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난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바꾸기 전에 잠깐 유보하는 건데, 여론M 분석에서도 같은 기간 ‘응답 유보층’이 9%까지 늘었다가 절반으로 줄었다.


여론M은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를 종합해 주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전화면접과 ARS를 모두 한 번에 분석한 결과라, 이 두 종류의 조사가 보이는 차이가 있을 땐 중간 즈음이 가장 참에 가까운 값이라고 추정을 한다. 그런데 ‘응답 유보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잡히는 전화면접에서 그 비율이 아직 줄지 않고 있다. 아직도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바꿀 준비가 된 유권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느 쪽으로든 말이다.


다음 선거는 2024년에나 치른다. 으레 대통령, 정당, 나아가서 정치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출근길 대통령의 입이, 매일 발표되는 조사가 이목을 끌고 있는 걸 보면, 두 번의 선거를 연달아 치르며 둘로 갈라진 유권자들의 기대와 노여움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은 코 앞으로 다가온 경제 위기를 함께 헤쳐나가야 할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며, 유권자의 생각을 유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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