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신드롬이다. 오징어게임을 비롯하여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인기를 끈 많은 드라마들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설정과 장면 묘사로 입방아에 오른 데 반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력과 더불어 여성 자폐성 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고 부딪히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로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드라마 속 우영우는 이전에 미디어에서 재현한 자폐인이나 장애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단 나이부터 다른데, 이전에 자폐를 다룬 영화인 ‘증인’이나 ‘말아톤’의 주인공이 10대 여학생이나 20대 초반의 청년 모습으로 설정되었다면, 우영우는 이제 막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은 20대 중후반 여성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일상화된 공간에서 때로는 부족하고 어리숙하지만 자신만의 창의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해내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모습에 공감과 응원을 하게 된다.
사실, 자폐는 증상에 따라 매우 세분화할 수 있는 질환이며 그중에는 일반인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한다. 자폐 스펙트럼을 넓게 진단하는 경우 10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유병률을 보일 정도로 흔한 질병일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는 자폐를 매우 특별한 질환으로 묘사해왔다. 특히 고기능성 자폐와 같이 IQ가 높거나 특정 분야에 매우 높은 집중력을 갖고 있는 증상을 가진 사람들 이야기를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드라마가 가진 편견의 극복, 소수자의 권리 보호와 같은 다양한 장점들이 있음에도 우영우는 보통의 자폐가 아닌 고기능성 자폐, 그 중에서도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과 같은 매우 희귀한 케이스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 주변의 자폐인들의 모습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우영우 봤지? 당신 아이도 얼른 저런 재능을 찾아줘야지.” 어느 자폐아를 둔 부모가 드라마 이후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이라며 쓴 어느 인터넷 게시글(https://brunch.co.kr/magazine/asdwalktogether)을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감정이 없는 듯한 말투나 부자연스러운 눈빛은 자폐의 특성을 드러내는 장치이나, 이것이 자폐의 행동 특성을 모두 담아내지 못할뿐더러 엉뚱하고 귀여운 느낌으로 포장한 것은 되려 장애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학교에서 어리숙한 행동을 하는 친구를 보고 ‘우영우냐?’라고 묻거나 발달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너는 우영우처럼 못하냐?’ 비아냥거린 학생들의 이야기가 올라와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우영우처럼 일반인보다 특출난 능력이 있고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상 여전히 자폐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대우는 차갑고 엄혹하기 그지없다. 사람들은 이 따뜻한 드라마를 소비하며 자폐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판타지를 꿈꾸지만,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에 온갖 악담과 혐오를 내뿜어내는 현실에 더욱 대비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