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구독료 하락에 대처하는 자세

[언론 다시보기] 노혜령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노혜령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국내 언론들의 디지털 전환은 왜 더딜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매출과 수익 축소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미국의 관련 자료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미국 전역의 대도시 지역일간지 20개를 표본 조사한 텍사스대학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발발 후 9개월(2019년 대비 2020년 3분기 현재) 동안 인쇄 신문 구독자는 평균 21% 줄고, 디지털 구독자는 64% 늘었다. 문제는 구독료다. 이들의 디지털 구독료(무제한으로 기사를 볼 수 있는 올 액세스 상품 기준)는 연평균 165달러(약 22만원). 연평균 인쇄판 구독료인 987달러(약 130만원)의 1/6 수준(16.7%)이다. 인쇄판 구독자 1명이 줄면 디지털 구독자 6명을 확보해야 매출 감소분을 메울 수 있다.


디지털 전환에 들어가는 투자비까지 고려하면, 구독자를 6배 이상 늘리고(규모의 경제 강화), 증가한 주목(attention)을 다양한 고부가가치 서비스 상품으로 연결하는 수익모델 혁신을 병행해야만 디지털 전환의 실익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자본 투자와 구독료 하락 감수 및 독자 확대의 치킨 게임을 상당 부분 감수하고 점유율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각오하지 않는 한, 뉴욕타임스 전략을 따라 하기 힘든 이유다. 제작비 2000억원 이상의 콘텐츠로 대박을 낼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 배급망과 부가 수익 시스템을 갖춘 할리우드 5대 스튜디오와 넷플릭스뿐인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 기업들의 콘텐츠가 탁월하고 디지털 인프라가 탄탄하다고 당장 넷플릭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구독료 하락 문제에 대처하는 미국 중소 지역지의 디지털 전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미국 남부에서 10개 지역일간지를 발행하는 웨코(Wehco) 미디어는 3년 전 ‘아이패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인쇄판 독자가 디지털 구독으로 전환하면 아이패드를 나눠준다. 로그인, 기사 내비게이션 방법, 오디오 뉴스 사용법 등 ‘아이패드로 뉴스 200% 활용하기’ 교육까지 해줌으로써 독자와의 유대도 끈끈하게 다진다. 구독료는 월 34달러. 연간 408달러에 해당하는 액수로 앞서 거론한 20개 대도시 지역신문의 평균 구독료(165달러)보다 약 2.5배 높다. 구독자 1명당 평균 투자비는 아이패드 비용 및 관련 교육 비용을 포함해 400~500달러 사이. 1년 이상 구독이 지속되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비 구독자들로까지 입소문이 퍼지자 지난해부터는 영업직 간부 10명을 추가 고용해 신규 독자 확장에 매진 중이다. 텍사스 지역일간지 오데사 아메리칸의 경우 지난 4월30일부터 인쇄 신문 발행을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주말판) 2번으로 줄이고 나머지는 디지털 발행으로 대체했다. 주 2회 배달도 우편으로 한다. 종이, 잉크, 유류, 인건비까지 다 오른데다 배달 인력 구인난까지 겹쳐 결단을 내렸다. 이 혼합 전략 이후 이탈 독자는 100명 미만. 앞으로는 디지털 타기팅을 통해 독자와 광고주를 같이 늘려갈 계획이다.


중소 언론사에도 디지털 전환은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왔다. 레거시 미디어들의 디지털 전환은 ‘규모의 경제’ 성패와 맞닿아 있다. 확대할 수 있는 시장 크기에 따라 생존 매뉴얼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세기에는 기존 저널리즘 규칙을 앞세워 정당성을 강화하면 과점구조 안에서 안전했지만, 이제는 경영 전략과 독자 타기팅의 두 바퀴 차별화로 각자의 저널리즘 규칙을 만들어 가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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