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우린 휴가 언제 가?” 8월의 어느 아침. 아내가 제게 묻습니다. 다른 집 가족들은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좋은 곳 가서 쉬는데 이놈의 남편은 휴가 날짜 잡을 생각이 없어보였는지 볼멘소리합니다.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2~3일 전에나 휴가일을 통보해버리는 제 모습이 답답했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막상 닥쳐 휴가지를 찾다 보니 좋은 여행지나 숙박 장소는 이미 예약이 꽉 차 갈 수 없어 실망한 일이 많았습니다.
“일이 좀 많아서…. 지금 덥잖아. 좀 더 시원해지면 가자.” 또 대충 얼버무리며 출근합니다. 일을 찾아서 하는 성격이라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 제 일 같아 쉽게 손 떼지 못합니다.
아내도 이러한 제 성격을 알고 있습니다. 한여름 내내 현장을 돌아다니다 그 뜨거운 열기를 온몸에 받아들고 집에 오면 축 늘어지기가 일쑤이니 아내 입장에선 하루라도 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일 겁니다.
아내의 투정 섞인 걱정을 머릿속에 각인한 채 일하던 어느 날. 먼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행기와 조형물이 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공항으로 착륙하려는 비행기를 건물에 걸터앉은 조형물이 망원경으로 내다보며 반기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이 더위가 누그러들기 전에 가족들과 휴가 떠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