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콘텐츠의 부분 유료화를 시도한다. 중앙일보는 8월초 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콘텐츠 부분 유료화’ 방침을 천명하면서 유료화 대상 콘텐츠, 사용자 환경(UI), 결제방식 등 구체적 방식도 설명했다고 한다. 전체 콘텐츠 유료화를 목표로 내걸지는 않았다. 무료 콘텐츠,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가입해야 볼 수 있는 콘텐츠, 유료 콘텐츠로 세분화하겠다는 것이다.
일찍부터 디지털 전환을 선도했던 중앙일보는 지난해 8월 홈페이지와 모바일을 개편한 뒤 홈페이지에 가입해야 일부 뉴스를 볼 수 있는 ‘로그인 월’을 만들었는데 현재 80만명 정도의 로그인 독자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처럼 중앙일보가 진행한 일련의 작업은 유료화를 위한 독자 니즈 조사, 독자 데이터 확보 등 사전정지 작업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전면 유료화가 아닌 부분 유료화 시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해도 시행착오와 적지 않은 준비 기간을 거쳐 유료화 첫발을 내딛는 계기라는 점에서 중앙일보의 이번 시도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저널리즘의 위기, 정보통신(IT)의 발달, 스마트폰의 보편화, 온라인 매체의 급증 등 언론을 둘러싼 환경 변화로 전 세계적으로 언론의 수익구조는 악화해 왔다. 외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 시도에 시동을 걸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 등 서구 유수언론들은 유료화로 일찌감치 방향을 잡았다.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에 실패해 소비자들의 ‘지불장벽’을 넘지 못한 매체도 많지만 안정적으로 유료화 전환에 성공한 매체들도 적지 않다. FT는 일정 구독료를 내지 않으면 어떤 기사도 볼 수 없는 엄격한 구독 시스템을 채택했는데도 유료독자가 110만명을 넘고 트럼프 재임기 구독자를 크게 늘린 NYT도 전체 수익에서 디지털 구독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디지털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양을 늘리는 등 디지털 퍼스트라는 전략에 걸맞은 시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와 매체 규모, 투자 여력 등을 선진국과 비교하자면 우리 언론계 앞에 놓인 상황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종이신문에 뿌리를 둔 언론사들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토종 플랫폼의 유통파워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어느 나라보다도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지난 1년 동안 온라인 뉴스를 보려고 구독료 결제, 후원 등을 한 독자는 14%밖에 안됐다. 조사대상 40개국의 중간에도 미치지 못했다. 뉴스의 포털 종속과 유료 구독 유인의 저하가 악순환하면서 좀처럼 활로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상황은 여의치 않지만 독자 생존을 위한 유료화 노력은 이어져야 한다. 성공의 왕도는 없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광고 비즈니스를 포기하고 독자 중심의 비즈니스로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유료화에 소극적인 독자를 탓해선 어떤 해법도 찾을 수 없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볼만한 콘텐츠만 있으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점을 방증한다. 어떤 뉴스를 원하는지, 어떤 정보를 요구하는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콘텐츠 쇄신과 전략이 필요하다. 분명한 사실은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분석에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는 언론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중앙일보의 유료화 시도를 주목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