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준비로 분주한 중동국가들

[글로벌 리포트 | 중동] 원요환 YTN 해외리포터(UAE)·현 A320 조종사

원요환 YTN 해외리포터(UAE)·현 A320 조종사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두어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중동이 들썩이고 있다. 카타르에서는 스타디움 공사를 마무리하고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변화에 인색한 이슬람 국가’란 인식을 벗어던지고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모양새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으로 약 120만명이 카타르를 방문하고, 170억달러(약 23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도 정말 기대가 되는데, 11월24일에 예정된 대한민국 대표팀과 우루과이의 1차전 경기에 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 예매를 일찍이 끝내놓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월드컵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거주하고 있는 두바이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도하까지 비행기로 1시간도 안 걸린다. ‘김포-제주’ 항공편을 생각하면 될 듯하다.


최근 카타르가 월드컵 기간에 맥주 판매를 허용한다고 발표하면서 팬들의 기대감은 최대치로 높아졌다. 카타르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로 술 판매가 금지돼 있다. 맥주 판매가 허용되기는 하지만 경기 관람 중에는 술을 마실 수 없다. 경기 전, 경기 뒤, 또 공식 ‘팬 페스티벌’ 행사가 열리는 날 밤에 맥주 판매가 허용된다.


이 정도가 무슨 변화냐고 볼멘소리도 있긴 하지만 그동안 카타르의 문화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변화다. 엄격한 샤리아법을 적용하고 공공장소에서 절대 음주를 금지하는 그동안의 모습에서 많이 양보한 까닭이다. 덕분에 경기가 끝나고 필자도 시원한 맥주를 경기장 근처 야외에서 마실 수 있게 됐다.


월드컵이란 큰 이벤트는 그동안 단교 선언을 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카타르의 관계도 다시 회복하게 만들었다. 몇 년 동안 취항하지 않았던 두바이-도하 노선이 지난해 말부터 재개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현재는 하루에 10여편씩 노선을 편성하고 사람들과 물자들을 나르고 있다.


카타르 주변 나라들은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관광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조금이라도 관광객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은 해외 축구 팬을 위한 숙박 시설을 마련하고 카타르 수도 도하 등지를 왕복하는 항공편을 긴급 편성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으로 가장 큰 특수를 노릴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UAE 두바이로 전망된다. 두바이는 유명 관광지인 야자수 모양 인공섬 ‘팜 주메이라’에 지은 신축 호텔을 축구 팬을 위한 숙박시설로 할당해놓기도 했다. 아울러 월드컵 기간 관광객에게 간소화된 입출국 절차를 적용해 카타르에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필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예정인데, 필자가 근무하는 항공사도 ‘월드컵 셔틀’에 참여해 두바이-도하 노선을 집중적으로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마 월드컵 기간 두바이와 도하를 엄청 많이 왕복할 듯하다.


콧대 높은 사우디아라비아도 월드컵 특수를 위해 전 부처가 발벗고 나섰다. 사우디관광청은 카타르 정부가 월드컵 직관 팬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임시 신분증 ‘헤이야 팬 카드’(Hayya fan card) 소지자에 대해 일정한 기간 사우디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비자를 내주기로 했다. 사우디 관광청은 월드컵으로 관광객 3만명이 사우디를 방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타르도 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2대의 크루즈 선을 임대하고 사막에 1000대의 텐트를 설치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카타르는 도하와 오만 수도 무스카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와 서부 도시 제다,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를 연결하는 셔틀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월드컵은 11월20일부터 12월18일까지 한 달 일정으로 치러진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또한 이곳에 불어오는 훈풍을 기회 삼아 중동지방에서 최초로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이 중동국가들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역사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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