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안에 승부, 짧게 더 짧게… 뉴스 영역 파고든 '숏폼' 콘텐츠

언론사들, 기존 미드폼·롱폼 영상 재가공… 핵심만 짧게 '리메이크' 숏폼

언론사들의 디지털 영상 콘텐츠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변화된 영상 소비 패턴에 따라 영상 콘텐츠를 만들던 언론사 대부분이 ‘숏폼’ 콘텐츠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 플랫폼에 채널·계정을 새로 개설해 숏폼 전용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기존 미드폼·롱폼 영상의 핵심 내용을 재가공해 ‘리메이크’ 숏폼으로 선보이는 식이다.


틱톡으로 대표되는 1분 내외의 숏폼은 유행을 넘어 모바일 영상 플랫폼 내 주요 포맷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난해 ‘숏츠’를 출시해 틱톡과 경쟁에 나선 유튜브는 올해 메인 피드 중간에 숏츠 탭을 배치하고, 배너 광고를 도입해 숏츠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배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카카오와 네이버의 모바일 뉴스 탭 메인화면엔 각각 ‘오늘의 숏’, ‘1분숏폼’ 섹션도 등장했다.

틱톡, 유튜브 등 모바일 영상 플랫폼 내에서 숏폼 콘텐츠가 주요 포맷으로 자리 잡으면서 언론사들도 잇따라 숏폼 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네이버 모바일 뉴스 탭에 배치된 ‘1분숏폼’ 섹션. JTBC 숏폼 콘텐츠 ‘뉴쓱’ 화면 캡쳐.


JTBC는 지난 9월부터 기자들이 취재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뉴쓱’을 틱톡·인스타그램·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숏폼 활용이 기자 개인이나 뉴미디어 담당 부서를 넘어 보도국 기자 전체로 확대된 사례다. JTBC 모바일뉴스전략팀은 기자들에게 셀카봉과 스마트폰 전용 핀 마이크를 제공해 숏폼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기자들이 ‘취재 현장 설명’, ‘메인뉴스 예고 기사’ 영상을 보내면 각 부서에 있는 모바일 PD가 편집해 영상 플랫폼 채널에 올리는 방식으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윤석 JTBC 모바일뉴스전략팀장은 “현장 뉴스가 가진 강점이 세로화면의 숏폼 영상 시장에서 크게 부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실시간으로 뉴스를 제공하고, 저녁 메인 뉴스까지 기사 공백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어 “한 편당 작업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30분이 안 된다”며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제작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기자들에게도 현장에 가서 딱 3~5분만 쓰자고 주문했다”고 했다.


경향신문 편집국 내부도 숏폼의 중요성이 부각된 분위기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8월 윤기은 기자가 주요 이슈를 설명하는 틱톡 채널 ‘암호명3701’을 선보인 이후 문화부 기자들이 참여하는 숏폼 콘텐츠 ‘오마주(OTT 보는 My 주말)’를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이런 경향’을 통해 공개했다.


언론사 담당자들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커진 숏폼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가 뉴스 탭에서 ‘1분 숏폼’ 서비스를 시작하고, 몇몇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숏폼 콘텐츠 공급 대가를 지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경향신문 틱톡 채널 ‘암호명3701’ 담당하는 윤기은 기자는 “포털이 뉴스 메인에 숏폼 콘텐츠를 걸어주고 있는데 기존에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틱톡에서만 유통되던 콘텐츠가 포털 사이트에도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숏폼을 소비하는 연령대가 확장되고 있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메인 화면에도 숏츠가 등장했다. 그만큼 숏폼 콘텐츠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서 조회 수 상승과 채널 구독자 확보까지 이어지고 있다. JTBC 헤이제작팀이 만드는 ‘소탐대실’ 채널은 이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일상 속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알짜 정보를 알려주는 ‘소탐대실’은 지난 2020년 운영 초반 4~5분 정도의 영상을 올리다 지난 2월부터 숏폼 영상 위주로 내놓고 있다. 가장 조회 수가 많이 나온 ‘엘베 틈새로 에어팟이 빠졌다면?’ 편은 723만회(유튜브 채널, 25일 기준)를 기록했고, 이외 숏츠 영상 대부분 100만회를 넘겼다.


김진일 JTBC 헤이제작팀장은 “짧은 영상으로 구독자들을 가까이, 자주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숏폼에 접근했다”며 “그동안 인스타그램, 유튜브 담당자들을 통해 숏폼을 ‘밀어준다’는 얘기를 들어 지원해줄 때 시도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조회 수가 많이 나오기 시작하니 1주일 만에 채널 구독자가 1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MZ세대는 이제 검색하는 것조차 귀찮아하고 본인 피드에 뜨는 영상을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5분 정도의 영상은 끝까지 영상을 보는 수치가 50%였다면, 쇼츠는 끝까지 다 본다. 공급자 입장에서 이용자들이 영상을 다 봐준다는 것에 보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코너의 영상 속 핵심 내용을 요약한 리메이크 숏폼을 내놓고 있는 MBC 영상 브랜드 ‘14F’도 긍정적인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손재일 MBC 디지털제작2팀장은 “14F는 7분, 10분 길이의 영상이 많은데 핵심은 중간에 있는 경우가 많지 않나. 시청 시간을 끝까지 유지하기는 힘든데 그 부분을 숏폼으로 만들어 보여주니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조회 수도 많이 나오고, 충분히 채널 구독자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층 확대도 여러 언론사가 숏폼 콘텐츠에 뛰어든 이유다. 지난해 7월부터 한겨레는 ‘디스커버리’ 채널을 개설해 MZ세대를 겨냥한 숏폼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경주 한겨레 디지털·영상국 영상담당 부국장은 “정치 분야 위주인 한겨레TV는 40~50대가 주 시청자인데 MZ세대를 대상으로 넓히기 위해 틱톡, 유튜브 등에서 숏폼 콘텐츠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뉴스 분야에서 숏폼 콘텐츠는 수익모델이 미비하고, 짧은 영상 길이로 인해 뉴스 가치나 내용 전달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당장의 수익성을 위해 숏폼을 포기하기엔 이미 너무나 시장이 커졌다고, 앞으로 숏폼에 대한 가능성은 더 클 것이라고 봤다. 윤기은 기자는 “얼마 전 롯데월드에 갔는데 청소년들 모두 틱톡을 보면서 줄을 서고 있더라. 어린 세대에게 언론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제는 숏폼이 필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짧은 영상 길이로 인한 전달력 한계에 대해 “기사 형식으로도 숏폼 영상을 공개하면서 관련 기사 링크를 달아 독자의 궁금증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일 팀장은 “플랫폼 형식과 성격에 맞는 뉴스 콘텐츠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뉴스 중에도 짧게 털어도 이해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면 숏폼으로 활용해도 좋다. 숏폼 형식에만 집착해 거기에 모든 걸 욱여넣는 식만 아니라면 기회의 장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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