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기사 쓰며 행복… 약자들 조난 신호에 응답하는 기자 되고 싶어요"

[인터뷰] 열혈 노동 취재로 주목받는 김다솜 경남도민일보 기자

‘메이데이’는 노동절(May Day)과 국제 조난 신호(Mayday)를 뜻하는 동음이의어다. 5년 전 노동절이면서 휴일이었던 그 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이 무너지는 사고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살아남은 이들은 대신 깊은 트라우마를 얻었다. 크레인은 물론 전봇대만 봐도 놀라는 가슴을 안고, 그들은 세상을 향해 ‘구해 달라’고 조난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에 응답해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4~5월 ‘노동자의 외침, 메이데이’ 연속 기획을 보도했다. 김다솜<사진> 기자는 이 기사로 최환석 기자와 함께 지난 24일 안종필 자유언론상 특별상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지역 언론으로서 거대 재벌에 맞선 노동인권 보도는 좀처럼 의제화하기 어려운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굽히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같은 기사로 받는 세 번째 상. 기쁨만큼 부담감도 세 곱절이다. “너무 과분한 상이라,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래도 취지 자체가 회사(경남도민일보)에 주신 거란 생각이 들어서, 즐겁게 받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메이데이’ 기획 보도 후 한 달. 이번엔 거제도의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조난 신호를 보내왔다. 예전부터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켜보며 “부채의식”을 가졌던 김 기자는 “거제에 보내 달라고 회사에 졸랐다”. 왕복 두 시간이 넘는 거제와 창원을 오가며 파업 현장을 취재하고, 구조적인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자세히 썼다. 오래전부터 희망해왔던 노동 담당 기자로서 지난 몇 달은 원 없이 취재하고 쓴 셈이다.


왜 ‘노동’이었을까. “예전에 프레시안에서 인턴을 하면서 사수를 따라 삼성 백혈병 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을 몇 번 가봤거든요. 그때 기억이 강하게 남았나 봐요. 그 뒤로 노동에 관심이 생겨서 노무사가 될까, 노동 운동을 해볼까 생각도 했었죠.” 지역 언론이어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지역은 모든 면에서 소외당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노동자가 죽어도 경기도나 서울에서 죽는 거랑 창원에서 죽는 거랑 차별받는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지역 언론에서 더 할 일이 많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대학 때부터 네 번이나 문을 두드려 “사수만에 합격”한 경남도민일보에서 노동을 담당하며, 인권 등 관심사에 관해 원하는 기사를 양껏 쓰며 “너무 행복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다른 거에 신경 쓰지 않고 기사에만 신경 쓸 수 있는 시간이 살면서 몇 번 올까” 싶단다.


2017년 진실탐사그룹 셜록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 이후 몇 곳을 더 거쳐 지난해 6월 경남도민일보에 입사한 김 기자는 자신이 있는 곳을 “좋은 기자로 성장하기에 괜찮은 토양”이라고 소개했다. 쓰고 싶은 기사 못 쓴 적 없고, 자신이 아는 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주적인 구조의 언론사”라고 자부한다.


‘약한 자의 힘’. 경남도민일보의 사시(社是)다. 김 기자는 “약자의 조난 신호에 응답하는 기자로 살겠다”고 각오를 밝힌다. “우리 사회 가장 후미진 곳에 갇혀 있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길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제가 제일 잘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처지가, 그리고 이 사회가 나아지는 일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초심을 잘 지키면서 사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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