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오승현(서울경제), 김혜윤(한겨레), 안은나(뉴스1), 김태형(매일신문), 김진수(광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계절의 문턱에서 서늘한 밤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국화꽃 향기가 그날의 비극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청춘들의 들뜬 분위기로 차올랐던 가을밤 축제의 거리는 이제 무거운 침묵으로 가라앉아있습니다. 참사 소식이 전해진 뒤 이곳 ‘이태원’은 지금도 수많은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평소 고인과 일면식 한번 없던 이들도 국화 한 송이와 소주 한 병을 거리에 내려놓고 깊은 슬픔에 잠겨 한참을 머물다 발길을 돌립니다.
말도 안 되는 참사가 반복될 때마다 국가는 약속했습니다. 지켜주겠노라고…. 하지만 이번에도 150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이 가족과 친구 곁을 떠났습니다.
잔혹했던 가을에서 시린 겨울로 향하며 국화는 차츰 시들어 가지만, 꽃향기는 아직 이곳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