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글자를 몰라 마트에서 ‘새우’ 그림 보고 ‘튀김가루’ 사는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어 연필을 꼭 잡았습니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소 먹일 풀을 뜯으며 자식들을 키우느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의 주름진 손이 떨렸습니다. 못 배운 한(恨)을 풀고자 70~80대 할머니들이 책걸상에 앉아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대구 남구 평생학습관 문해학당의 1교시 받아쓰기 수업. 배움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찬 할머니들이 긴장한 채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습니다. 강사가 문제를 큰 소리로 말합니다. “모범 점원으로 근무하는 성철씨.”
수강생 중 최고령자인 김상순(86·대명동) 할머니가 오른손을 높이 듭니다. “선생님, ‘모범’의 ‘모’자는 ‘윷’ 다음에 나오는 그거 맞지요?” 강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김 할머니는 “마트에서 장 볼 때 ‘부침가루’와 ‘튀김가루’ 글자를 몰라 어느 게 ‘튀김가루’인지 알 수 없어서 포장지 겉면에 ‘새우’ 그림이 나오면 튀김가루로 알고 썼지. 식용유는 ‘콩’ 그림 보고 산다”고 했습니다.
지난 2017년 개관한 문해학당에서 한글을 배운 어르신들은 “가난 때문에 또 여자라는 이유로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 가보고 까막눈으로 살면서 늘 답답하고 부끄러웠는데 늦게나마 한글을 배운 뒤로 간판도 읽을 수 있고, 은행 업무도 볼 수 있어 이젠 세상 살맛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박복순(82·봉덕동) 할머니는 “배우지 못해 창피하고 쑥스러웠던 어미인데 그 어려운 형편에 자식들만이라도 가르치겠다고 파출부로 일하면서 밤새 소리 없이 울었다”며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박 할머니는 “책가방 들고 학당 가는 길이 꿈만 같다. 꿈이라면 제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 간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워 “참 행복하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