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집어삼키는 인공지능

[언론 다시보기] 송해엽 군산대 교수

송해엽 군산대 교수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달 버즈피드(Buzzfeed)의 최고경영자 조나 페레티(Jonah Peretti)는 인공지능이 언론사의 편집과 경영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버즈피드는 오픈에이아이(OpenAI) 기술 기반 인공지능으로 독자를 위한 개인화된 퀴즈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저널리즘에서 활용방식을 탐색하던 세마포(Semafor)의 기자는 인간이 작성한 기사의 비문과 오타를 점검해달라는 요청에 수정사항과 이유를 제시하는 인공지능이 무난한 편집자 수준으로 제한적인 측면에서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했다.


저널리즘은 언어를 다루는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언어를 통해 무엇이 사실인지를 검증하는 작업을 한다. 대규모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학습한 인공지능 챗봇은 기존 인공지능과 다르게 언어와 관련된 작업에 매우 능숙한 것처럼 보인다. 일부 사람들은 그럴듯한 헛소리를 하는 기계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실제로 챗봇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정확한 숫자를 이야기하거나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는 일에는 매우 서투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챗봇이 진실을 검증하는데 서투르다고 불평하는 것은 엑셀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고 화를 내는 것과 유사하다.


수년 동안 기술 전문가들은 로봇이 자동화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던 숙련된 사무직을 대체한 것처럼,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공지능이 일부 전문직 고용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저널리즘 분야에서 이런 일이 쉽게 발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버즈피드의 조나 페레티는 인공지능은 창작 과정을 지원하는 반면, 인간은 아이디어와 문화적 가치를 제공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즉, 저널리즘 조직의 다양한 업무수행 방식의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다.


인공지능 챗봇은 취재 전 단계의 콘텐츠 검색, 자료 분석, 번역 및 요약 같은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사 발행 전 팩트체크를 위한 엄격한 편집과정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든 과정에는 사람이 개입해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기사가 발행되더라도 어떤 부분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얻었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인공지능으로 콘텐츠 생산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상황은 오히려 저널리스트의 전문성과 윤리를 강조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짜 언론사의 기자 프로필을 만들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건 클릭 몇 번으로도 가능하다. 30분 만에 기자의 상세 이력을 창작하고, 1분 만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자의 프로필 사진을 고르고, 뉴스를 배포하기 위한 홈페이지의 코드 작성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뉴스란 단순히 언어로 된 글을 작성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어떻게 뉴스가 만들어졌는지, 취재원은 누구인지, 어떻게 결론을 도출했는지, 상충하는 관점이 공정하게 제시되었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근본적인 질문의 공통점은 인공지능을 통해서 답을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인공지능에 대체될 수 있는 업무를 하고 있는지 우리 자신의 일에 대해서 고민해 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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