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도 유지될 언론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일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누군가 감추고자 하는 문제를 드러내는 역할이다. 챗GPT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는 작업을 케냐의 노동자들이 시급 2달러도 되지 않는 급여로 수행했고, 그들이 이 일을 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심리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타임지의 보도가 올해 초 나왔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고도화되어도 은폐된 진실을 밝혀내기는 어렵고, 중이 제 머리는 더욱 못 깎는다. 힘을 가진 자에 대한 견제는 미래에도 언론의 몫이다.
또 다른 핵심 경쟁력은 어그로를 걸러내 더 나은 논의를 유도하는 것이다. 어그로란 타인의 도발을 유도한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이면서, 중요하지 않은 쟁점을 던져 공론장에서 필요한 토론을 방해하는 언행 정도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인간이 던지는 해롭고도 비생산적인 쟁점을 모두 걸러낼 순 없다. 이처럼 언론이 지금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은 미래에도 대체되기 어렵다. 문제는 지금 이 역할들을 잘 수행하느냐다.
시금석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던진 “월 100만원에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사용이 가능해”지는 법안을 둘러싼 논의다. 조 의원은 3월21일 저출생 해법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법안을 발의했다.
어그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한 번은 제대로 다뤄줘야 한다. 이런 시도로 과연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까. 조 의원이 언급한 싱가포르와 홍콩은 한국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다. 출산율 제고 효과는 불분명하지만, 보육 비용은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사’ 이외의 영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자는 주장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답변할 논리가 군색하다. ‘가사’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법률상으론 ‘가정 내’의 ‘가사 일과 가족구성원 보호·양육’ 등의 업무를 의미한다. 가정 내 요양보호, 간병 등의 업무는 해당될까. 모호하다. 가정 밖에서의 가사, 돌봄 근로의 처우는 어떻게 될까. 가정 밖이라고 갑자기 좋은 대우를 해줄 리 만무하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이들의 급여는 최저임금에 수렴할 것이고, 아예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봇물 터질 것이다.
조 의원의 주장은 돌봄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도 어긋난다. 지금 각종 돌봄 노동의 수준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종사자 처우가 전반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는 복지체계의 문제이면서 가사와 돌봄 노동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인식과 문화의 산물이다. 필자가 육아휴직 시기에 시사 프로그램을 보는 중 기함을 한 적이 있다. 유시민 작가가 2016년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당시 야당(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옹호하며 “그걸 못하게 하면 그럼 국회 뭐하러 있어요? 야당은 집에 가서 애나 보고 여당만 모여서 의사봉 두드리지”라고 말했다. 조정훈 의원은 평소 86세대의 용퇴를 주장하며 ‘시대를 전환’하자고 주장했는데, 자신의 인식이 그들과 다른지부터 살펴야 할 듯하다.
만일 조정훈 의원이 자신은 어그로를 끈 게 아니라 진지한 주장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과 가족부터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근로자에게 돌봄을 받아보는 게 어떨까. 자신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정치인 본인이 원하지 않는 대우를 국민들에게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