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쿼드 실무그룹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쿼드는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를 끌어들인 중국 견제를 위한 4개국 협의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전, 쿼드 실무그룹 참여를 거쳐 정식 가입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그러니 실무그룹 참여는 쿼드 가입을 위한 사전 단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미국 내 일각에선 한국을 포함해 쿼드를 5개 국가가 참여하는 퀸텟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이 주도하지만 쿼드의 산파는 일본의 아베 전 총리다. 2007년 인도 의회에서 그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개념과 쿼드의 태동을 설파하는 ‘2개 대양의 결합’이라는 연설을 했다. 2012년 재집권 뒤에는 ‘남중국해가 급속히 베이징의 호수로 변하고 있다’며 쿼드 4개국이 집단으로 중국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미국 국방부가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명한 것도 아베의 영향이다. 아베는 인도태평양과 쿼드의 아버지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그즈음 센카쿠(댜오위다오) 해상에서 중국과의 영토 분쟁이 격화되고 있었으니 일본으로서는 적절하고 당연한 지정학적 대응이었을 것이다.
비동맹을 추구하던 인도의 쿼드 가입은 중국에 특히 충격이었다.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역사적으로 인도가 외부 세력과 결합하는 것을 극히 두려워했다. 1962년 중국과 전쟁까지 했던 인도는 과거 소련과 밀착해 중국을 견제했고 지금은 쿼드 가입으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려고 한다. 2020년부터 갈완 계곡에서 이어졌던 중국과의 국경 분쟁은 인도가 서구와 손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명분과 이유가 됐다.
호주는 1명을 죽여 100명에게 경고한다는 전략의 대상이 됐다. 중국은 호주를 때려 인도와 일본에 경고하기로 하고 호주산 와인, 쇠고기 등을 제재했다. 위협을 느낀 호주는 미국과 안보적으로 밀착하는 선택을 했다. 한쪽을 택해야 할 명확한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한국은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반중국 전선에 서야하는 것인가. 중국과 인접한 지정학,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 등을 감안하면 뚜렷한 안보적 이유를 현재로서는 찾기 어렵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있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의 쿼드 참여가 한중간의 신뢰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2020년까지도 쿼드에 냉소적이었던 중국은 지금 쿼드를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느낀다. 쿼드는 대만 침공의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이고, 중국의 국방지출을 한없이 늘리게 할 수 있다, 중국은 소련이 민간 경제를 희생해가며 미국과 군비 경쟁을 벌이다가 붕괴로 이어진 역사를 똑똑히 지켜봤다. 중국이 쿼드를 ‘아시아판 나토’로 규정하고 이를 향한 한국의 움직임에 협박으로 반응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이런 반발을 무릅쓰고 윤석열 정부는 쿼드나 한미일 동맹과 같은 집단 안보 체제에 속해 안보를 보장받으려는 것처럼 행동한다. 강제징용 문제와 같은 일본과의 과거사를 무리해 매듭짓는 이유를 이런 의도와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렵다. 평화와 협력, 균형보다는 진영에 기대는 안보가 손쉽고 확실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긴장과 대립의 한 쪽 편에 속하는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한 각오와 대비가 돼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