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리는 어느 정도 남용될 수밖에 없으며 표현의 자유는 특히 그러하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매디슨의 말이다. 틀린 말을 너무 강하게 통제하려 들면 표현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언론에 오보 책임을 물을 때도 무조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고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한국에서도 일정한 경우 언론의 오보 책임을 면제해주는 원칙이 확립돼 있다. 언론이 사실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오보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다. ‘상당한 이유’를 인정받으려면 보도가 일정 수준 이상의 사실 확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점을 소명하면 된다. 주변 인물 말도 들어보고, 객관적인 증거를 입수하거나, 당사자 반론을 듣는 것 등이다.
반대로 매디슨의 말은 언론인이 경계로 삼을 대목도 있다. 언론 보도가 그만큼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3심 재판을 하고도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모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 짧은 시간, 제한된 취재만 믿고 단정적으로 보도한다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확신에 찬 보도를 매일같이 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 보도들이 곧바로 어처구니없는 오보로 드러나는 일도 자주 생긴다. 최근에도 배석판사가 일을 많이 시킨다고 부장판사를 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는 조선일보의 오보에, 비례대표 출신인 김성태 전 의원이 KT 사장 공모에 지원한 것을 지역구 출신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로 알고 비판했던 MBC 오보도 있었다.
재판 지연 문제를 꾸준히 보도해오던 조선일보는 3월28일자에 1면부터 집중 보도를 했는데 ‘배석판사의 부장판사 인권위 진정’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취업청탁 문제로 유죄 판결까지 받은 사람이 사장 공모에 나섰다는 MBC 보도도 놀라운 내용이었다. 그런데 모두 당사자 반론만 들었으면 걸러졌을, 너무나 초보적 실수에서 비롯된 오보였다.
이런 기사가 사전에 걸러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사자들이 ‘틀려도 괜찮아’라며 일부러 이렇게 보도했을 리는 없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정도 오보가 나왔다면 조직 전체가 ‘목적의식의 과잉’에 사로잡힌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을 확인해 채워야 할 자리를 이미 목적의식과 정의감이 가득 채우고 있으면 기사에 무엇이 부족한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기자에게 균형감각과 냉정함, 의심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오보는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심지어 다른 언론 보도를 비판하는 보도에서도 오보가 잦다.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나왔던 한겨레의 별장 접대 의혹 보도도 근본적으로는 비슷하다. 모두 ‘목적의식’의 과잉, 지나친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 오보들이다. 오보는 불가피하지만, 이런 것은 나와서는 안 되는 오보다.
특정 언론사가 이런 오보를 냈다면 내부적으로 시스템의 냉각기가 고장 났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이런 오보가 나온다면 심각한 상태일 수 있다. 여러 언론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한국 언론 전반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해당 오보를 정정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자세 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