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제휴 언론사들에게 언론사 웹사이트로 직접 이동하는 것을 제한하고 미래의 네이버 계열사들이 뉴스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약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언론생태계 구조에서 언론사가 포털에 사실상 종속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네이버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언론사 편집권과 독자 선택권을 제약하려는 의도로 비친다. 언론사 수익구조, 향후 사업방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인데도 사전에 내용을 설명하지도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도 몰상식하다.
지난달 네이버가 제휴 언론사들에게 알려온 ‘뉴스콘텐츠 제휴 약관 개정안’을 살펴보면 언론사의 권익을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이 여럿 눈에 띈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뉴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제공자(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한 조항(9조)은 문제 소지가 크다. 언론사들은 최근 큐알(QR)코드를 활성화하고 있고 뉴스를 안내하기 위해 주소(URL)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3차원 그래픽으로 뉴스를 전달하기도 하고 기획기사를 묶어 볼 수 있는 별도 홈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한다. QR코드 등을 활용해 독자들이 언론사 사이트에 직접 접근하도록 하는 방식은 독자들에게 포털과 다른 입체적 경험을 제공한다. 줄글이나 사진 중심인 네이버 뉴스 서비스와는 차별성이 있다. 네이버 측은 이번 약관 개정 시도를 이른바 어뷰징 기사로 독자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그 판단 기준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가 어뷰징 기사 접근을 제한하고 폐해를 줄인다는 공익성보다는 양질의 뉴스를 만들려는 언론사들의 다양한 시도를 제약하는 부작용이 훨씬 클 것임은 분명하다.
서비스 개선·서비스 개발 연구 목적으로 네이버가 언론사 동의 없이 현재의 계열사는 물론 미래의 계열사까지 뉴스를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8조) 역시 불공정하다. 뉴스는 언론사의 핵심적인 지적 재산권이다. 그런데 이런 뉴스가 자사의 서비스 개발에 도움이 될지 아닐지를 네이버가 판단하는 것은 통상적인 정보활용 범위로 볼 수 없다. 정보 활용에 대해 최소한 언론사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비약적 기술발전으로 최근에는 인공지능(AI)에 뉴스콘텐츠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CNN 등 주요 해외 언론들은 챗GPT 등 대화형 AI에 뉴스콘텐츠가 어느 정도 활용됐는지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법적 분쟁 방지를 위해서라도 뉴스 서비스 이외에 뉴스콘텐츠의 활용 방식에 대해서는 언론사와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뉴스콘텐츠를 이용한 AI 서비스 상용화가 목전에 다가온 만큼 이번 기회에 합리적 대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네이버는 이용자들을 자사 포털 뉴스서비스를 떠나지 못하도록 해 ‘네이버 가두리 양식’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지난해 11월 아웃링크 도입방침을 밝혔지만 로그인 전용 콘텐츠의 접속을 불허하는 등 과도한 규제로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 약관 개정 시도 역시 언론사의 자체 혁신 노력에 어깃장을 놓고 네이버가 언론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자 네이버가 문제가 되는 약관의 문구에 대해서는 수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니 늦었지만 다행이다. 지나친 포털 의존도에서 벗어나 언론의 자체 경쟁력 확보와 저널리즘 구현이야말로 시대적 요구라는 사실을 네이버와 언론 모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