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유료화 6개월, 유료독자 1만… 언론사의 매거진화 고민

경제 콘텐츠 등 지불의사 확인…
전사적 유료화 전진, 지쳐가는 기자들

중앙일보가 지난해 10월 디지털뉴스 유료구독 모델 ‘더 중앙 플러스’를 출범하고 6개월이 지났다. 그간 유료독자 1만명을 확보하고 일부 콘텐츠 영역 지불의사를 직접 확인한 성과를 거뒀다. 다만 기자들에게선 전사적인 유료화 행보 속에 피로도가 상당하고, 조직 역량이 ‘카드번호를 입력할 콘텐츠’에 집중되며 언론사 콘텐츠가 ‘매거진화’된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향후 유료화 추진 시 타 매체에서 반복될 수 있는 고민으로서 시사점을 남긴다.


더 중앙 플러스가 지난해 10월17일 정식 론칭되고 반 년, 지난해 말 5000명을 돌파한 유료 디지털 구독자 수는 현재 1만명을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월 9000원(1년 간 할인가) 구독료를 감안하면 한 달 디지털 구독 수입은 1억원 안팎, 큰 금액은 아니다. 출범 초기를 지나 구독자 증가세가 완만해지며 내부에선 고민도 따른다. 하지만 기성매체가 본격적으로 디지털뉴스 유료화에 나선 첫 시도가 ‘시드독자’를 꾸려 실험을 지속할 만한 성과로서 의미는 남는다. 애초 중앙은 올 초 연내 ‘2만 명’, 2025년까지 ‘10만명+α’를 제시했는데 추세상 무리가 되는 목표는 아니기도 하다.


유료콘텐츠는 전면 유료화가 아닌 이 구독모델에서 독자를 모으는 핵심 역할을 한다. 그동안 6개 대분류 아래 총 46개 유료콘텐츠가 만들어졌고 28개가 연재 중이다. 연재물에선 IT, 기업, 주식, 부동산 등 경제 콘텐츠가 8~9개를 차지해 가장 많고 강세다. 실제 기자 9명이 참여해 국내·외 혁신기업(가)들의 전략 등을 소개하는 ‘팩플 오리지널’과 ‘팩플 인터뷰’, 기자 8명이 돈·투자 관련 인사이트를 전하는 ‘머니랩’은 올 초 결제로 이어진 건수가 가장 많았던 콘텐츠 상위권을 차지한 사례였다. 이는 기성매체의 콘텐츠 유료화 영역으로 ‘경제’ 분야의 가능성을 실증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종합일간지가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으로서 ‘hello! Parents’ 등의 선전도 의미심장하다. 기자 4명이 참여한 코너는 밀레니얼 양육자를 위한 콘텐츠 제공, 상담 게시판 운영 등을 통해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 왔다. 한국 사회 주요 사건의 수사 전말을 전하는 ‘특수부 비망록’, ‘특수부 사람들’ 연재는 현재 완결됐지만 수요와 반응을 확인하고 비슷한 성격의 연재를 준비 중이다. 종합일간지의 배타적인 강점인 정치사회 취재를 내세웠고 앞선 경제 콘텐츠와 타깃 역시 차이를 보이며 내부에선 고무적인 평이 나온다. 그 외 종교전문기자, 골프전문기자가 각각 2개씩 유료콘텐츠를 맡은 지점도 유념할 만하다.


현재 중앙은 전사적인 역량을 유료화에 투입하는 분위기다. 유료콘텐츠에 참여하는 중앙그룹 내외 인력은 총 89명(외부 필자 12명), 유료화가 결정돼 5월쯤 선보일 아이템에 관여한 인력까지 포함하면 90~100여명의 기자가 상시 ‘유료화’에 투입되는 모양새다. ‘유료화 기여 정도’가 인사평가 핵심 기준이 됐고, ‘유료구독 전환된 콘텐츠 순위’가 구성원 전체에 공개된다. 일선 기자, 디렉터(부국장급) 등이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아이템을 발표·보고해 유료화 여부를 결정하는 이례적인 절차도 있다.


조직 내 유료화에 대한 당위, 공감대는 충분하지만 기자들은 출입처를 챙기고 유료콘텐츠도 함께 제작해야 하는 기조 아래 높은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다. 중앙이 지난해 7월 유료콘텐츠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밝힌 팩플팀, K엔터팀, 중앙일보S 포브스, S팀, 부동산팀 부서가 대표적이다. 유료화 관여가 상대적으로 낮게 요구되는 부서는 상시적인 유료화 압박을 겪는다. 중앙일보 A 기자는 “유료콘텐츠 담당 기자들은 오후까지 스트레이트를 처리하고, 훨씬 긴 유료콘텐츠를 늦은 밤이나 새벽까지 마감하며 심한 프레셔를 받고 있다. 요즘엔 지면 기획 요구도 많이 나오는데 기자들로선 ‘왜 이거 안 챙겼냐’는 질책을 들어도 할 말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이 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하는 모델을 갖춰야 하는데 회사 고민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관점에서, 어떤 콘텐츠가 잘 팔릴지를 먼저 생각하다보니 기자들이 고려되지 못한다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B 기자는 “애초 유료화하는 기자가 많지 않았는데 ‘너도 아이디어 내봐, 해봐’ 하면서 들들 볶다보니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 회사가 조급하지 않나 싶다. 모두에게 부담을 주니 압박과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기사 하나로 수십, 수백명이 가입하면 보람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많이 읽길 기대하는데 며칠 공들인 유료화 기사는 홈페이지에서만, 그것도 구독자만 볼 수 있는데, 회사 유료화 성과에서 나는 무슨 보람을 찾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카드 번호를 입력할 콘텐츠’에 언론사 역량이 쏠리며 콘텐츠가 ‘매거진화’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돈을 내고 볼 콘텐츠는 ‘재미’, ‘정보’, ‘취향’ 등 면에서 소구할 필요가 큰데 이는 통상의 언론사 기사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중견급 C 기자는 “예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돈 되는 걸 하자고 기자를 한 사람은 없을 거다. 사회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슈를 잡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인데 데스크가 되면 후배에게 ‘돈 될 걸 가져오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력부족으로 허덕이던 터 일마저 후배들의 자긍심을 해칠까 걱정이 된다. 어차피 유료화 순서는 돌아오니 인사고과를 생각해 고민해보자 하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D 기자는 “홈페이지에서 뉴스보다 잡지 성격의 콘텐츠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 방향의 유료화가 맞는지 의문은 있다”면서 “회사도 우려를 알지만 당장은 장사가 되는 걸로 모집을 하고 이후 단독, 특종, 탐사보도 등 단계로 간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돈을 내고 텍스트 콘텐츠를 보는 캐파(capacity)를 확인하는 초기 단계라 평가는 이르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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