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에 '가짜뉴스 신고센터' 구축하겠다니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정부가 이른바 ‘가짜뉴스’를 ‘악성 정보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퇴치하겠다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내어 “가짜뉴스를 사회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악성 정보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정부 부처의 ‘가짜뉴스 퇴치 TF’ 기능을 전면 강화한다”고 밝혔다. ‘악성 전염병’ ‘퇴치’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작심한 듯 가짜뉴스 대책을 내놨지만, 문체부 발표는 A4 용지 단 두 장짜리 보도자료였다.


문체부 발표는 주간 보도계획에 없던 일정으로 이날 갑자기 배포됐다고 한다. 최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허위선동’ ‘가짜뉴스’를 잇따라 언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연장선에서 나온 정부 대책이다. 윤 대통령은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사에서 “허위선동, 가짜뉴스가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 했고, 지난 6일 신문의 날 축사에선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과 시민사회가 ‘허위선동’과 ‘가짜뉴스’를 퍼뜨려 국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가 서둘러 내놓은 가짜뉴스 대책은 구호만 요란할 뿐 어설프다.


문체부는 ‘가짜뉴스’ 퇴치 대책으로 5월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에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하고, 네이버·다음 등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서울대저널리즘스쿨·싱크탱크 준비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AI 가짜뉴스 감지시스템’ 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언론재단에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짜뉴스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피해 내용을 신고하면 구제 절차 상담을 제공하고, 정밀하고 입체적인 접근을 통해 가짜뉴스를 유형화하고 관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개념이 모호해 어떤 정보가 가짜인지 판별하기 어려운데, 신고를 받고 유형화하겠다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부정적인 기사는 모조리 가짜뉴스로 변질돼 신고가 쇄도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더구나 언론재단은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처럼 언론 보도 피해 구제 기구가 아닐뿐더러 유해 콘텐츠나 허위 정보 등을 심의하지도 않는다. 언론산업 진흥에 필요한 사업 등을 하는 공공기관이다. 이런 언론재단에 가짜뉴스 업무를 맡기는 건 정부광고를 활용해 언론사를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언론재단은 해외장기 연수자로 뽑힌 KBS 기자를 ‘한일정상회담 일장기 오보’를 이유로 규정도 없는 현안 임원회의를 내세워 취소한 바 있다. 해외연수 취소가 이처럼 자의적인데, 가짜뉴스 신고센터에 들어오는 언론사를 서열화해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짓 정보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사실 관계는 따지지 않고 허위정보 콘텐츠를 만들어 돈벌이에 나선 사람들도 많다. 게이트키핑이나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때로는 알면서도 사실을 비틀어 보도하는 언론사들도 있다. 그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언론 보도가 맘에 안 든다고, 자신에 불리한 보도를 가짜뉴스 탓으로 몰아가려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다. 유럽연합은 허위정보를 ‘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고의로 대중을 기만하여 공익을 해치려고 생산·배포된 정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짜뉴스를 악성 정보 전염병”이라고 규정하기 전에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문체부는 그 정의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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