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대구MBC 정치 담당 기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접견현장을 취재하러 대구시 산격청사로 들어가려다 경비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MBC 취재 차량 출입을 막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이유였다. 해당 기자는 촬영기자와 함께 차에서 내려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이재명 대표를 따라가려 했다. 이번에도 대구시 공무원이 나서 출입을 막았다. 기자가 이유를 물으니 “잘 아시지 않냐”, “(공보관실로부터) 그렇게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이날 대구MBC 기자들은 청사에 진입하지 못한 채 회사로 돌아왔다. 당시 취재 현장엔 연합뉴스, TBC대구방송, 매일신문 등 타 언론사 기자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서울MBC 취재진은 진입이 허용돼 접견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5~6명의 유튜버들과 함께 청사 진입을 거부당한 대구MBC 기자는 현장에서 취재하지 못한 부분을 타사 기자의 취재 내용을 참고해 보도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MBC 기자가 청사에 들어가지 못한 건 대구시가 지난 1일 시청 직원과 대구시 산하 기관·사업소에 대구MBC에 대한 전화·방문 취재, 인터뷰 등 일체의 취재 거부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대구MBC가 토론 프로그램 ‘시사톡톡’에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세부 내용을 검증 보도한 다음 날이었다. 이날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해당 보도에 대해 “악의에 가득 찬 편파, 왜곡 보도”라고 주장했다. 지난 8일엔 이종헌 대구시 정책총괄단장 명의로 대구MBC 보도국장, ‘시사톡톡’ 출연자 등 4명을 대구경찰청에 고소하기도 했다.
취재거부 조치가 2주 넘게 이어지면서 대구MBC 기자들이 취재·보도에서 피해를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취재거부는 시청에 이어 일선 소방서까지 대구시 곳곳으로 퍼진 상태다. 앞으로 대구에서 재난 등 큰 사건·사고가 벌어지게 되면 대구MBC 기자들이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대구MBC 기자는 “소방 공무원은 국가 공무원이지만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조직상 대구시 기관으로 돼 있어 취재거부 지시 대상에 포함됐다”며 “실제로 사회팀 기자들이 화재 건으로 일선 소방서에 전화를 했는데 ‘취재 대응이 어렵다, 공식 홍보 담당자 통해 내용을 알아보라’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취재거부 조치에 가장 먼저 취재에 어려움을 겪은 건 시청 출입 기자다. 취재거부 지시 이튿날부터 현재(16일)까지 대구시는 시정 관련 알림을 출입 기자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고, 시청 기자실 좌석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기자들은 대구시 관련 보도를 할 때 정보공개청구, 시 의회, 시민단체 등 다른 통로로 취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전국MBC기자회는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언론 대응 방식에 연달아 비판 성명을 내며 취재거부 조치 중단과 고소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월례회의를 통해 대구MBC 상황을 공유한 대구경북기자협회는 각 회원사 의견을 청취한 이후 내주 대응 방식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홍 시장이 이전에 대구MBC가 방송한 ‘대구 수돗물 남세균 검출’, ‘홍준표 시장 선거법 위반’ 보도를 ‘대구시정을 악의적으로 폄하했다’고 주장한 사례도 함께 비판했다. MBC본부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대구MBC의 입을 틀어막고 버릇을 고치겠다는 홍 시장의 의중이 취재거부로 귀결된 셈”이라며 “기자와 보도 책임자까지 고소한 것은 공복(公僕)의 본분을 망각한 채 자기가 제왕인 걸로 착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전국MBC기자회도 “단체장 본인이 아닌 공무원을 동원해 고소하는 일은 유례가 없다”며 “백번 양보해 보도가 불만이라면 언론중재위를 거치거나, 부족하다면 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일이고, 그것이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공직자의 자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