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 한국 정치에서 가장 뜨거운 두 인물을 꼽자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먼저 뉴스 인물이 된 태영호 의원은 제주 4·3을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말한 뒤에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이용당했다”고 폄하했다. 몰지각한 역사 인식만으론 부족했을까. 공천 받으려면 대통령이 챙기는 의제를 잘 받들라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메시지를 태 의원이 보좌관에게 전하는 상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물론 이 정무수석은 그런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태 의원은 해당 발언을 녹음한 보좌진을 고발했고, 이어서 보좌진 갑질과 혹사 논란까지 번졌다.
그런데 태 의원 뉴스가 묻힐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김남국 의원이 거액의 코인 투자를 했다는 뉴스였다. 그가 한때 60억원 이상의 코인을 보유한 큰 손이었고,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중에도 코인 거래를 했으며 클레이페이라는 신생 코인의 거래를 중개하며 수수료를 받는 ‘유동성 공급자’(LP) 역할까지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사안들의 특징이 ‘기사 화수분’이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사안의 전모를 드러내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하듯 새로운 사실들이 차례로 드러난다. 그때마다 언론은 각계각층의 반응을 중계한다. 그렇게 관심도가 커지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더 밝혀지다가 이슈의 신선도가 떨어질 때쯤 다른 충격적 사안이 새롭게 등장한다. 이른바 정치 기사의 무한반복 사이클이다.
문제는 이런 이슈들로 정치 뉴스가 점령되기엔 국내외로 시급하고도 중요한 사안들이 넘쳐난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200일이 넘게 지났지만, 참사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은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전세사기로 인한 세 번째 사망자가 나온 지난달 17일부터 정부와 국회가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전세사기 특별법이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22일에 다섯 번째로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특별법이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핵심 쟁점인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이 빠졌다. 문제는 특별법의 주요 쟁점들인 사기 피해자 요건,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후순위 채권자인 임차인에 대한 구제 방안 등이 제대로 공론장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이다. 태영호와 김남국에 대해선 시시콜콜한 얘깃거리들마저 보도가 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당과 야당은 어떤 지점에서 의견이 엇갈리는지를 정확하게 짚는 보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쯤되면 과연 정치 보도란 무엇인가를 되묻고 싶다. 김남국과 태영호 뉴스는 ‘정치 보도’일까, 혹은 ‘정치인의 사건·사고 보도’일까. 후자라면 사건·사고는 ‘사회분야’ 보도이니, 정치뉴스가 아닌 ‘사회뉴스’로 보내야 하는 게 아닐까. 대부분 언론사들은 정치분야에 가장 많은 기자들을 투입한다. 아마도 정치가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주로 쓰는 기사가 정치뉴스가 아닌 사회뉴스라면 이상한 일이다. 물론 언론사 입장에선 국민적 관심사를 모른 척 할 순 없다. 정치인이 정치의 주체고, 이들의 신변 변화는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정치인의 사건·사고 보도 열기는 과도한 것을 넘어 공론장에 해악을 미친다. 그러니 언론사 간부들에게 간청한다. 정치인의 사건·사고 보도에 할당제를 실시하고, 각 사마다 두 명 이상의 기자를 투입하지 말자. 어떤 정치 보도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면, 일단 나쁜 정치 보도를 줄이는 것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