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언론사 입점을 심사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활동을 중단했다. 제평위는 2015년 9월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동 설립해 자율적으로 운영해왔다. 양대 포털의 무책임한 제평위 중단으로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제평위 사무국은 지난 22일 제평위 운영회의에서 제평위 활동 중단을 통보했다. 잠정 중단이라지만 사실상 제평위 해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콘텐츠제휴(CP) 여부를 결정하는 뉴스제휴심사가 불투명해지면서 포털의 신규 언론사 입점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부적절한 광고를 제재할 주체가 사라지면서 어뷰징과 광고성 기사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평위를 중단한 배경에 대해 포털 측은 ‘제평위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여론을 수렴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최근 커진 정치권의 압박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제평위 법정기구화’를 국정과제로 삼고 여당은 제평위를 향한 압박을 조여오고 있다. 정부여당은 가짜뉴스에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며 연일 포털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털 뉴스는 갈등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네이버와 다음은 이미 뉴스 편향성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외풍도 걱정이지만 내부 사정도 만만치 않다. 제평위 결정에 불복하는 언론사들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CP사에 탈락한 경인일보는 양대 포털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평위를 공동 운영하면서 언론시장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와 스포츠서울, 일간스포츠 등 줄소송으로 제평위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정치권의 압박까지 거세지면서 포털 입장에서는 제평위가 일종의 골칫거리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내외의 어려움을 핑계 삼아 슬그머니 발을 빼기엔 포털이 국내 뉴스 소비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너무 크다. 2021년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포털을 통해 디지털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뉴스 소비자들은 포털에 걸린 뉴스를 특정 언론사의 뉴스로 인식함과 동시에 ‘네이버 뉴스’ 혹은 ‘다음 뉴스’로 받아들인다. 포털은 뉴스에 광고를 게재하며 언론사와 광고 수익을 공유한다.
그럼에도 양대 포털은 제평위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결국 뉴스 공급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제평위 중단 이후 나타날 혼란에 대해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외부의 녹록지 못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번 결정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제평위의 자율적 운영이 실패한 모델로 남게 되면 제평위 법제화는 힘을 받게 될 것이다. 언론사의 포털 입점 여부를 결정하는 제평위가 법제화되면 정치 권력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양대 포털은 뉴스를 공급하는 공적 미디어로서의 책임감을 저버리지 말고 제평위 해산 이후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언론사는 포털만 탓할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유통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포털에 기대온 뉴스 소비가 각종 부작용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태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공정하고 투명한 디지털 뉴스 공간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