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론 근본대책 불가능
[언론에 할 말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보도
언론에 할말있다 | 입력
2003.02.26 00:00:00
조동희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실장
우선 대구지하철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지하철 종사자의 한사람으로서 무한의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총체적 부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 대책 또한 총체적 부실을 치유할 수 있는 종합적 대책이어야 한다. 현재 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론몰이식 접근으로는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이제 이런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해서 새로운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야 하며 이를 위해 언론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여느 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구참사에서도 언론은 역시 그러했다. 사고가 나야 현장에 카메라 들고 수첩 들고 다니며 취재에 열을 올린다. 그것도 사고의 핵심은 짚지도 못하고 연일 특정분야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것은 기관사 1명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불난 집의 화재원인은 내버려두고 부채질한 놈만 나무라는 꼴이다. 물론 지하철 직원들을 편들자고 한 것은 아니다. 당연히 지하철 종사자들은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합리화에 따른 인력 부족, 설비 노후화, 방재 시스템 부실 등 근본적인 문제는 도외시한 채 이런 지엽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몇몇 책임자가 구속되고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하철은 건설 당시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출발했다. 우선 당시 정권의 업적에 대한 화려한 치장을 위해 졸속적으로 추진되었다. 문제의 근원을 치유하기 위해 지하철 건설 당시의 설계도면, 투입된 각종 장비, 지하 재난에 대한 무대책 등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언론은 ‘안전’보다는 ‘소통’에 관심을 기울이며 노조가 제기하는 안전문제를 외면해왔다.
또한 국가 재난대책 중 지하교통(지하철)에 대해 심층보도 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지하교통의 안전을 지상교통의 안전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지하교통의 안전은 지하라는 그 특수성 때문에 항공교통의 안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번 참사가 화재에 의한 것이기에 화재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만일 독가스가 살포되었다면 어떠했을까? 그 외에도 많은 사고에 대한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언론의 주마간산식 접근보다는 외국의 사례는 어떠하고, 그 곳의 방재시스템은 어떠한가비교분석하는 보도가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