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실 권고 한 달 만에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권이 제기한 네이버의 뉴스 검색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는 나흘 만에 실태 점검에 돌입했다. 이미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방송문화진흥회도 검사·감독하려다 김현 상임위원의 단식 농성으로 중단했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은 동시 감사를 가까스로 면했으나 방통위가 언제 다시 감독을 진행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방통위는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상임위원 5명 중 2명이 공백인 상태에서도 단호하고 빠른 결정이 내려진다. 합의제 독립기구인데도 정부여당 추천 상임위원 2명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정책의 목적에 대한 이해와 설득 면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결정에 대해 방통위는 “국민 불편 해소”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수신료를 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특별부담금인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금 부과와 체납액 강제징수가 이뤄질 수 있음에도 대안을 마련할 여지도 없이 단행됐다. 이 과정에서 분리징수의 시급성에 대한 논의는 부재했다. 방통위는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한국전력 차원의 단전 등 강제 조치는 없다’는 원칙만 내놓았을 뿐이다.


지난 수년간 국회의 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수용 곤란’이라고 밝힌 입장이 갑자기 바뀌게 된 계기도 뚜렷하지 않다. 지난 5일 방통위 전체회의에 방송정책기획과 수신료 담당자가 “당시 위원장 방침에 정책 방향성을 결정했다”는 답변으로 추측할 뿐이다. 현재 위원장 직무대행의 의지라는 점이다.


포털의 알고리즘 실태 점검도 급작스럽다. 방통위는 위반행위가 발견되면 사실조사로 전환해 과징금 부과와 형사고발까지 할 수 있다고 했다. 한쪽 의견에 치우친 시각을 전제로 한 조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앞으로도 근거 없이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면 방통위는 네이버를 긴급조사하며 대리인 노릇을 자처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조사의 정확한 의도는 알기 어렵지만, 포털 뉴스에 문제를 제기한 한 여당 의원은 이번 실태점검에 대해 “지난 정부 시절 방통위가 방송 장악의 도구로 전락한 불명예를 씻는 길”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디지털 기술 진화에 따라 당면 과제로 떠올랐던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이뤄 방송의 공적 책임과 이용자 편익을 증진하고 방송·통신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합의제 독립기구다. 하지만 2008년 출범 이후 방통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편향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합친 기구를 논의하던 초기 방통위 구성은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상임위원 5명을 임명하는 구상이었다. 해당 계획은 방송의 독립성 훼손 우려에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 상임위원 5명 중 3명은 국회가 추천한다. 대통령의 ‘입김’을 제한해 적어도 합의제 독립기구의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방통위의 막강한 권한에는 행정적 규제뿐 아니라 방송·통신 이용자를 보호하고, 방송 독립성을 보장해 진흥하는 의무도 부여돼 있다. 미디어 환경은 방통위가 출범할 때보다 더 급격한 변화를 맞아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 이런 현실에 방통위는 방송의 미래, 미디어 산업 발전에 어떤 비전을 그리고 있는가. 시대적 과제는 소홀한 채 권력의 지시와 명령을 따르고 있지 않는가. 방통위 존재 이유와 역할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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