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장 임명과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이전에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와 감사, 기자 개인에 대한 고소·고발이 있었다. 그동안 ‘우리의 주장’을 통해 속도전에 가까운 전방위 압박이 언론장악·통제를 위한 수순이라는 우려를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 대선 후보 검증 보도에 ‘폐간’ ‘사형’ 등이 언급되는 지금, 이는 의심을 넘어 확신이 되고 있다. 비속어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뉴스타파가 지난해 신학림·김만배 녹취록을 전하며 일부 검증되지 않은 보도를 한 것은 언론윤리에 어긋나는 비판받을 사안이다. 이에 진위를 파악하고,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 역시 이후 과정은 ‘가짜뉴스’를 빌미로 한 정부와 여당의 언론 옥죄기 재현이다.
방통위는 뉴스타파 보도를 빌미로 다른 방송사들의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까지 심판대 위에 세울 참이다. 검찰이 수사하는 것과 별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는 신문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의 검증 기능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기본적인 활동이다. 언론 보도가 사실과 다른 경우라도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위법성 조각이 면책되는 법 규정은 언론이 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선거, 특히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취재 과정은 그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고 엄중하게 이뤄진다. 해당 보도가 시민들에게 미칠 영향과 사회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무게만큼 책임감을 갖고 보도해야 한다.
현 정권은 언론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중재위 등이 아닌 정부 기관 등을 총동원해 압박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논란이 된 기사를 논하며 ‘사형’ ‘국가반역죄’를 들고나온 여당은 다른 언론사의 후속 보도를 ‘흉기’로 정의하고 기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권력에 대한 견제를 정권의 힘으로 누르려는 모양새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와 기능을 위협해 검증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 목적인가. 정부의 의도에 맞지 않는 보도가 가짜뉴스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는 기자들의 취재 보도 활동에 상당한 압박일 수밖에 없다. 언론인 스스로 자기 검열하도록 하는 길들이기, 겁박에 가까운 언론통제 시도는 지금이 자유민주주의 시대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 전제”라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에서 언론의 자유는 해당하지 않는 것인가.
“우리가 언론자유를 논의하는 소이(所以)는 자기방어를 위한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 제18조에 엄연히 규정되어 있다. 언론의 제한이란 명백하고도 현존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세계 사조이며 이 위험 역시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서는 인정될 수 없는 것도 명백한 해석일 것이다. 민주국가는 무엇보다도 언론자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위정자에게 더욱 더 철저히 인식되었으면 한다.”
1964년 12월 기자협회보 ‘우리의 주장’ 전신인 ‘광장’은 군사정권 아래 당시 조선일보 필화사건으로 언론이 처한 상황을 이같이 통탄했다. ‘남북한 UN 동시 가입 제안 준비’ 등에 대한 보도에 반공법 및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임시특례법 위반으로 중앙정보부가 편집국장과 기자를 구속하고 신문을 압수한 직후다.
내용은 60년 전과 같은 지면에 같은 글을 다시 써도 들어맞는 현실이다. 지금 정권이 원하는 국정 방향은 당시 군사정권과 같은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