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끼니에 있어 기자들은 ‘메뉴 결정권’이 없는 편이다. 여의도 영감님들이 좋아한다는 보리굴비, 야근을 위해 회사에 들어와서는 데스크가 선택한 양곱창, 혹은 취재원과 맞부딪히는 맥주잔과 그에 어울리는 치킨. 하나같이 맛있는 음식이지만, 어쩐지 건강한 한 끼를 먹은 것이 언제였던지 가물가물하다. 정돈되지 못한 식생활로 인해 신체는 물론이고 정신, 그리고 환경에까지 두루 무익하다는 깨달음에 이르렀을 때 세 가지를 멀리하기로 다짐했다. 밀가루, 설탕, 고기.
다양한 메뉴 선택권을 존중하는 식당과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식을 고르는 건 차라리 쉬웠다. 문제는 ‘디저트’였다. 버터, 우유, 계란…. 얼마나 많은 유제품에 우리는 기분 전환을 의존하고 있던가. 군것질을 달고 살진 않는 편이지만 기사가 잘 풀리지 않거나 마감이 코앞에 왔을 땐 달달하고 묵직한 케이크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포크로 크림 머금은 시트를 푹 떠서 입안 한가득 넣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며…. “아, 당 떨어져!”
그럴 때면 꼭 서울 용산구 녹사평의 비건 베이커리 ‘플랜티카’를 찾는다. ‘비건’이라는 수식어에서 볼 수 있듯 이곳의 케이크, 쿠키, 음료 등은 모두 채식 레시피를 따른다. 그뿐만 아니라 알룰로스나 스테비아 같은 대체당이나 비정제 원당으로 단맛을 내고, 빵 역시 밀가루가 아닌 유기농 쌀가루나 아몬드가루, 타피오카 전분 등을 이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당분을 제한해야 하는 당뇨 환자뿐 아니라, 글루텐 알레르기나 과한 건강 염려증을 가진 이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말차 가루가 섞인 묵직한 질감의 진녹색 케이크 시트 안에 녹차 크림과 그리 달지 않은 팥고물이 어우러진 ‘유기농 말차 쑥 저당 팥고물 케이크’는, 요즘 유행한다는 ‘할매니얼(할머니 세대 취향을 선호하는 MZ세대를 뜻하는 신조어)’ 입맛을 저격한다. 초코 케이크는 진한 초코 크림을 두부로 만들어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다. 견과물이 콕콕 박힌 쿠키는 어찌나 바삭한지, 한입 베었더니 ‘와그작’하는 맛있는 소리가 퍼진다.
‘이렇게 맛있는데 밀가루가 안 들어간다고?’ 기자다운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면, 온라인 웹페이지를 참고하자. 메뉴마다 들어가는 원재료가 빠짐없이 적혀 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마감을 앞두고도, 건강과 환경에 두루 유익한 디저트로 한 입의 달콤한 여유를 즐기고 싶은 이라면 필경 비건 케이크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기슐랭 가이드’ 참여하기
▲대상: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 기자.
▲내용: 본인이 추천하는 맛집에 대한 내용을 200자 원고지 5매 분량으로 기술.
▲접수: 이메일 taste@journalist.or.kr(기자 본인 소속·연락처, 소개할 음식 사진 1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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