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전국 67개 검찰청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뉴스타파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뉴스타파에 대한 정부의 압박 수위는 높아져 이제는 폐간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와 기업 광고 없이 시민 후원으로 운영되는 뉴스타파를 돈으로 겁박할 수 없으니 언론사 지위를 박탈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굳이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아도 독립언론은 제 스스로 무너져 왔다. 18년을 버텨온 민중언론 참세상(월간지 워커스)이 최근 무기한 휴간을 선언했다. 2005년 창간한 참세상은 노동 문제를 중심으로 진보적 의제를 보도해왔다. 하지만 재정은 점점 열악해졌고, 남은 소수의 사람이 더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구조 속에서 내부 소진은 극심해졌다. 돈도, 일할 기력도 더는 남아있지 않았다.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한국사회는 영세한 비영리독립언론이 지원받을 수 있는 어떠한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기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니 개인이 소진되면 조직은 문을 닫는다.
창간 11년을 맞이한 대구·경북 독립언론 뉴스민은 올해 초 폐간을 고민하다가 대대적인 후원모집을 벌였다. 그럼에도 6명이 일하는 뉴스민의 정기후원금은 여전히 월 10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기자들은 알바로 생계를 이어간다.
비마이너는 어떻게 13년을 버틸 수 있었을까. ‘우리 목소리를 정확하게 보도할 언론사가 필요하다’는 장애인운동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비마이너는 가난한 운동단체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수년을 키워냈다. 물론 돈만 있다고 조직이 운영되진 않는다. 조직이 개인기로 버티지 않도록, 조직이 조직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에 대한 구체적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취재하고 기사 쓰고 필자 찾고 편집하고 언론사로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까지. 한 명의 기자에게 여러 역할이 요청되니 매일 숨이 찬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언론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시나브로 언론의 토대가 무너지고 있지만 우리 시대는 고요하다. 미디어 환경이 격변하면서 SNS 등 많은 미디어가 ‘저널리즘의 역할’을 하니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은 축소된다. KBS가 무너져도 시민들은 과거처럼 분노하지 않는다. 그 흐름 속에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까. 그럼에도 좋은 기사를 써내는 기자가 있다면 그에겐 분명 탁월한 재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혼탁한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몇몇의 능력에만 기대어야 하는 세상은 비극적이다. 무엇보다 기사의 생명력은 기자 개인이 조명받는 데에 있지 않다. 기사를 쓰는 이유는 조금 더 괜찮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믿는다.
이 지면을 빌어 한국기자협회에 요청하고 싶다. 언론의 토대가 무너지는 현 비상사태에서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된 언론이 필요하다면, 이를 같이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독립언론 운영을 같이 고민해 주지 않았다. 기자협회로부터 기자 한 명의 인건비라도 지원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것이 언론 생태계를 바꾸는 작은 시작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