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저널리즘에서 가장 어려운 게 뭐야?”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부분 분석이 가장 어렵지 않냐는 취지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분석이 가장 쉽다. 단, 데이터가 깔끔하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분석보다 훨씬 어려운 건 데이터 수집 단계다. 즉, 데이터저널리즘은 첫 단추를 끼우는 게 가장 힘들단 뜻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데이터저널리즘의 취재원은 ‘데이터’이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밋밋한 내용을 담고 있는 데이터에서는 그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다. 그렇다면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데이터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지만 대표적인 게 ‘정보공개청구’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겪어보면 최근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악용하는 공공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번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과 관련한 기자회견 중에 일어났다. 지난 14일 노컷뉴스의 기사를 읽어 보면 기자가 육사 종합발전계획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는데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정보 부존재’라고 회신했다.
해당 기자는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배경으로 캠퍼스 종합발전계획을 근거로 들었기에 이 문서를 정보공개청구 요청했지만 육군본부는 ‘정보가 있지만 공개할 수 없다’는 의미의 ‘비공개’가 아닌 ‘해당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정보 부존재’로 통보했다.
여기서 물음표가 생긴다. 분명히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캠퍼스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이전하는 거라고 밝혀놓고 기자의 정보공개청구 답변에는 해당 문서가 없다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게 거짓이었다. 실제로 육사종합발전계획은 존재했다. 지난 21일 김병주, 우원식 의원실에서 이를 입수했다. 이 정도면 국민과 기자를 속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거 같다.
오랫동안 정보공개청구를 해 온 경험을 비추어 보면 자료가 있으면서도 민감한 자료는 없다며 ‘정보 부존재’를 결정하는 경우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3 정보공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정보 부존재 등은 전년도보다 5%p 증가했으며 접수 문서 중 절반가량을 정보 부존재 등으로 통보하고 있었다.
정보 부존재로 통보되면 비공개처럼 이의신청을 통해 재심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청구인은 실제로 자료의 존재 여부조차 알 수가 없다. 심한 경우에는 정보공개 청구서의 문구를 꼬투리 잡아서 가령 청구한 항목 중 99개는 존재하지만 단 1개가 없어도 정보 부존재를 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투명한 정보의 접근을 원천 차단해버리는 ‘정보 부존재’를 개선할 수는 없을까? 왜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날까? 전문가들은 처벌 조항의 부재를 한 원인으로 들었다. 가령 자료가 존재하더라도 ‘정보 부존재’를 했다가 뒤늦게 거짓으로 밝혀져도 담당자는 아무런 처벌이나 징계가 없다는 거다. 물론 담당자의 실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처벌까진 가혹하지만 최소한의 책임은 따라야 하지 않을까?
올해는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지 25년째다.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를 위해 제정된 정보공개법이 그간 개정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된 것만은 틀림없다. 소중한 법이 무럭무럭 자란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시대에 맞춰 개선될 점들이 많이 보인다. 그간 무심했던 정보 부존재 처리를 이제는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