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28) 프레임 밖 유권자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날, 방화1동 투표소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투표소 취재는 시민이 주인공인 몇 안 되는 사진 취재 현장이다. 사진기자들은 유력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듯 유권자의 행동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사진으로 담는다. 투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신분 확인 후 투표용지를 받는 전경, 기표소에 들어간 모습들, 마지막으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순간까지 망원렌즈와 광각렌즈를 번갈아 쓰며 꼼꼼하게 취재한다.


다만 기자들의 관심은 투표함에 용지를 넣는 찰나까지였다. 퇴장하는 유권자의 뒷모습은 찍지 않았다. 더 이상 행사할 선거권이 없는 이들은 보도 사진 속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출구에 서 있는 사진기자를 보고 구민들이 지나가길 주저하자 카메라를 내리고 더 이상 찍지 않겠다는 의사를 몸짓으로 전달했다. 불과 5초 전까지 주인공이었던 유권자들은 종종걸음으로 나를 지나쳤다.


한참 셔터를 누르다 관심을 뚝 끊는 것, 정치 흐름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총선 풍향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던 이번 보궐선거, 그 어느 때보다 더 유세 활동을 거세게 펼쳤다. 그러니 선거가 끝난 후 구민들이 느낄 온도 차가 더 클 것이라는 건 예고된 일이다. 기자의 카메라는 투표소에서 멈췄으나 구청장의 시선은 투표소를 나간 구민들의 일상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강서구의 한 투표소 출구에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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