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경영악화 책임 구성원에 떠넘기지 말라

JTBC가 연내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언론사가 한꺼번에 100명을 구조조정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 충격이 크다. 무엇보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JTBC는 노조와 사전 협의나 구성원들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돌연 연말을 시한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JTBC는 지난 10일 노조와 만나 JTBC와 JTBC미디어텍 등 방송 계열사 인력 850명 중 100명 규모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통보했다. 구조조정안은 JTBC에 집중됐다. 희망퇴직 대상자 100명 중 보도부문에만 30명이 할당됐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정리해고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연내 희망퇴직 완료를 목표로 정해 놓고 신청자가 저조할 경우 권고사직을 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JTBC 노조는 사실상 내년 초부터 권고사직과 정리해고를 차례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라며 희망퇴직 절차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반발했다.


JTBC는 “올해만 52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3400억원의 부채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특단의 자구책으로 구조조정안을 내놓게 됐다”고 했다. 조직·인력 감축을 통해 100억원, 편성비 최적화로 100억원, 간접-판관비 축소로 50억원 등 모두 250억원을 줄여 경영 상황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주장대로 JTBC 경영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 2019년 252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선 이후 2020년(195억원), 2021년(187억원) 등 3년간 634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작년의 경우 예능 및 드라마 IP(지식재산권)를 계열사에 매각해 실적이 다소 나아졌으나 광고시장 침체 등으로 올해 상반기에 236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 마련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영악화의 책임을 오롯이 구성원에 떠넘기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동안 언론사들은 경영실적이 좋지 않으면 발행부수를 줄이거나 제작비 삭감, 신규사업 축소 등 비용절감 방안을 시행해왔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임금 삭감, 순환 휴직 등 단계적으로 내부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JTBC는 이런 단계를 건너뛰고 곧장 대규모 인력 감축을 들이밀었다. 비밀리에 구조조정을 설계하면서 이를 감추기라도 하듯 지난 9월 노조와 임협 자리에서 성의 있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구성원들이 느낀 배신감의 깊이가 가늠이 안 된다.


홍정도 중앙홀딩스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JTBC에 이렇게 당부했다. “무엇보다 간절한 것은 보도의 회복이다. ‘시청자가 가장 신뢰하는 뉴스’의 영광을 되찾고 채널 컨디션 전체를 끌어올릴 수 있는 ‘뉴스룸의 영향력’ 복원에 힘을 모아달라.”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으로 쑥대밭이 된 JTBC에 그럴 저력이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구성원들에 전가하는 경영진을 믿고 미래로 내달릴 수 있을까. JTBC 구성원들은 인원 감축이 아닌 다른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는다면 고통을 함께 짊어질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영진은 구조조정안 시행을 접고 이에 화답해야 한다.


올해 대부분 언론사들이 경영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내외 경제상황 악화로 광고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네이버와 유튜브 등 디지털 매출 하락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행여 경영 여건이 나빠졌다는 핑계로 JTBC처럼 ‘닥치고 구조조정’을 시행할지 우려된다. 인적 자원이 콘텐츠 품질과 직결되는 언론사에서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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