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로 시끄럽다. ‘가짜뉴스’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중적 의미가 있다. 보도과정에서 부실한 취재로 발생한 오보에서부터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이용한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 허위정보유포까지 모두 포함한다. 심지어 정치인에 대한 풍자와 해학마저도 ‘가짜뉴스’라 부르기도 한다. 명확한 것은 허위정보를 유포하거나 사실관계를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폐해를 유발하는 행위는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언론에 의한 정치비판은 악의적 목적으로 생산한 허위정보가 아니라면 정당한 환경비판으로 수용해야 한다. 지난 2021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언론피해구제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도 실상은 ‘가짜뉴스’의 폐해를 줄일 목적이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실효적이려면,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과 더불어 언론 활동의 고의·중과실을 법률로 열거해야 한다. 쉽지 않은 난제였다. 당시 언론계는 통합형 자율규제기구 추진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의 문제점에 대한 공론화로 맞섰다. 정권교체로 불씨는 껐지만, 이제 더 큰 산불이 났다.
방송통신위원장이 인터넷신문을 통해서 빠르게 확산하는 ‘가짜뉴스’ 퇴치를 위해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설치하여 인터넷신문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위헌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행정규칙에 근거하여 행정절차를 만드는 행위는 위헌적이지만 위법은 아니다. 인터넷신문은 신문법에 근거하여 신고절차를 거쳐 설립한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인터넷신문 보도와 관련하여 사인간 분쟁조정을 담당한다. 이미 강력한 제재수단이 만들어져 있다. 인터넷신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감독과 사후제재를 관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누군가 인터넷신문에서 불법정보와 유해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했다면 법원 결정을 거쳐 등록취소를 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신문도 망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라는 점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권한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이 정한 불법정보와 유해정보는 숙고를 통해 사회적 폐해를 다투는 내용심의가 아닌, 위법성에 대한 판단에 있다. 인터넷신문이 실정법을 위반할 정도라면, 관할관청의 등록취소 대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중처벌을 할 이유는 없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권한에 대한 월권이다. 그래도 제재를 해야겠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정보삭제와 사이트 접속차단뿐이다. 이 경우 타 부처 권한침해의 문제가 아닌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침해의 여지가 크다. 더욱이 통신심의는 최소규제를 원칙으로 한다. 임의적 판단을 통한 최대규제가 아니다.
다시 연산군의 시대인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법과 절차도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언론계 책임이 있다. 강력한 외부통제를 막기 위해서, 언론계 스스로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은 포기상태이다. 그사이 새로운 입법이나 통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언론의 품격이 향상되지도 않았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리다”라면, 언론 스스로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칼끝이 특정 언론사로 향하지만, 원칙과 규칙이 모호한 칼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한번 만든 도구는 정권이 교체되어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규제 도구는 누구에게나 편리하다. 불구경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지금은 옆집이지만 다음 차례는 우리 집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