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30) 머리 위로 폭격기가 지날 때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조수정(뉴시스), 최주연(한국일보), 구윤성(뉴스1), 정운철(매일신문), 김애리(광주매일)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난데없는 전투기 소음에 놀라 하늘을 올려다봤다. 조기경보기 한 대와 F-35 전투기들이 나란히 편대비행을 하고 있었다. 평소 서울 하늘에서 보기 힘든 군용기인 데다가 불안정한 국제정세에 북한이 또 도발이라도 했나 하는 불안감이 잠깐 뇌리를 스쳤다.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아덱스·ADEX)를 앞두고 사전 연습 비행을 하고 있던 것임을 이내 깨달았다.


지난여름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부터 시작해 올해는 유난히 군 관련 훈련과 행사를 많이 접했다. 건군 75주년, 한미동맹 70주년으로 연도가 맞아떨어지는 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안보·국방정책의 핵심 가치로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온 영향이 컸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 해상사열, 국군의 날 기념식 및 시가행진도 직접 참석했다. 그리고 행사마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공통된 수식어가 붙었다.


며칠 뒤 아덱스 개막식이 열린 서울공항 인근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대형을 갖춘 수많은 군용기들이 파란 하늘을 갈랐다. 우리가 만든 KF-21을 비롯해 우수한 성능의 전투기들이 위용을 뽐내며 K-국방과 한미동맹의 역량을 과시했다.


행렬의 맨 마지막에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가 장식했다. 폭격기가 거대한 몸집으로 하늘을 가리며 바로 머리 위를 지날 때, 전에 느끼지 못했던 공포감이 다가왔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북·중·러와 한·미·일 대결구도에서 ‘대화에 의한 평화’는 ‘힘’에 의해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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