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에 팔리는 YTN, 방통위 제대로 심사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YTN이 사운을 가를 소유구조 개편의 소용돌이에 섰다. YTN 지분을 매각하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23일 유진그룹을 낙찰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20일 입찰 신청을 받고 인수가가 가장 높은 신청자를 선정했다. 앞서 YTN 매각에 언론사들이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기업 3곳만 입찰에 참여했다. 3200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 유진그룹은 증권·금융·ICT 등 분야에 계열사를 소유한 중견기업이다. YTN 구성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유진그룹이 혁신보다는 자본의 힘으로 몸집을 키웠다면서, “당장 YTN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YTN은 공공기관 최대 주주라는 소유구조를 토대로 공적 책무를 수행하며 이른바 준공영방송의 역할을 해왔다. ‘대한민국 24시간 뉴스 채널’을 표방하며 사회를 뒤흔든 사건이 있을 때마다 현장을 생생하게 연결했다. YTN 구성원들은 스스로 준공영방송사 직원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수행했고, 국민들도 YTN을 공적 자산으로 인식해왔다.


수면 아래 떠돌던 YTN 민영화는 이번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자산 효율화 계획’을 의결한 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YTN의 공기업 보유 지분이 매각된 것이다. 당시 기재부는 공기업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한전KDN·한국마사회 소유의 YTN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비핵심 자산인 YTN 지분이 한전KDN의 고유 업무와 무관하다는 점을 매각의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민영화’라는 언급은 자제했다. 한 공운위원은 “YTN은 공공기관운영법상 공공기관이 아니”라며 민영화와는 상관이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민영화 논란의 배경엔 언론사 소유구조 개편에 따른 편집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 YTN은 소유하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공적 소유구조를 기반으로 독립성을 지켜왔다. 하지만 새로운 대주주가 들어서면 입맛에 맞게 채널을 개편하고 편성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은 보도채널의 공적 가치 대신 시청률이나 광고 매출 등 경영 측면의 개선을 중시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취재와 보도가 사주의 이해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면 언론사의 신뢰도와 중립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적 가치와 책무가 중시되는 특징 때문에 언론사 민영화는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또다시 밀어붙이기식 언론정책을 선택했다. 결국 졸속 추진이라는 반발과 함께 잡음이 잇따랐다. 매각 주관사는 3차례 유찰된 후에야 대형 회계법인으로 선정됐다. YTN 구성원들의 반발 속 이해충돌과 배임 논란까지 일었다. 한전KDN과 마사회 지분을 별도 매각에서 통매각으로 변경하면서 한전KDN에 손해를 끼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제 YTN 매각에는 방송통신위원회 최종 승인만이 남아있다. 최다액출자자 변경을 앞둔 방통위는 “공적 책임과 공정성, 공익성의 실현가능성을 주요하게 보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기업 M&A로 기반을 다져온 중견기업이 언론사주의 자격이 있는지 충실히 따져봐야 한다. 유진그룹은 YTN의 편집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언론사주로서의 공적 책무를 해야 한다.


언론사는 공공성을 핵심으로 하는 특수한 기업이다. 그리고 보도의 공공성은 독립적인 편집권이 보장됐을 때 지켜진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YTN 매각에 대해 “국민적 관심사니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방통위가 유진그룹의 진의와 언론관을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는다면, YTN 민영화는 근거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언론장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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