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진행한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박 후보자의 민간 기업 고액 자문, 소득대비 과다 지출, 대통령 친분설 등 각종 의혹 제기가 나왔다.
박 후보자의 ‘민간 기업 고액 자문 논란’은 지난달 4일 KBS 이사회의 사장 후보자 면접 과정부터 나왔던 사안이다. 당시 면접에서 박 후보자는 문화일보 편집국장을 물러나고 2021년 4월부터 3개월 동안 일본계 아웃소싱 회사인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비상임 자문으로 일하며 월 500만원, 총 1500만원을 받았다고 인정했는데, 이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박 후보자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는 해당 자문 활동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언론인에 해당하고 민간 기업으로부터 취업을 제공받았으며, 회계연도 300만원을 훨씬 초과하는 1500만원을 받았는데 법 위반이라고 보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두 사람에게 문의했더니 이 부분은 청탁금지법 8조 3항 3호에 해당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적 계약에 의한 채무 이행 등에 따른 정당한 권원이 있고 이에 따른 비용 지불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돼 있는데 실제로 저도 그쪽과 계약했고, 그 계약에 따른 채무가 발생했고 실제 이행해서 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문화일보 재직 시절인 2018~2022년 세전 연봉이 9000여만원이었음에도 적게는 1억2000만원, 많게는 2억원을 지출해 소득 이상의 과다 지출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나왔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5년 치 금융거래 내역, 국세청 세금 증명 자료 등이 제출되지 않았다며 “부정한 돈을 받아서 쓴 건 아닌지 의심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작년 한 해 동안 고3 아이도 있고 어머님·아버님 장지 등으로 자금 수요가 급증했다”며 “관련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해 의구심을 갖게 된 부분에 죄송하게 생각하고 지금부터라도 자료를 빨리 찾아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는 KBS 사장 공모 전부터 ‘내정설’ ‘대통령 친분설’이 돌았던 만큼 인사청문회에서도 추궁이 이어졌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원하는 건 KBS 장악이라 (후보자) 손에 피 묻히는 일을 맡긴 거다. 기존 경영진 잘라야 하고, 찍어내야 하는 역할 하려고 언론인 31년 경력과 바꾸겠냐”고 말했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이후 각 방송사에 낙하산 사장을 투입하려 한다. 박 후보자가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에게 방만 경영,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 이후 수익창출 방안 등 경영계획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박 후보자는 방만 경영 원인에 대해 “KBS는 직책과 직위를 분리하고 있는데 이렇게 입사하면 능력, 성과 상관없이 국장까지 자동 승진하게 된다”며 “고액 연봉 무보직자가 많은 인사 시스템부터 전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또 “KBS가 2022년 행정제재를 받은 게 50건인데, 32건이 특정 라디오 프로그램 2개에 집중돼 있다”며 “이걸 보면 편향 방송을 했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박 후보자가 “취임하면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무분별한 속보 경쟁을 중단할 것을 선언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공영방송 사장이 보도에 개입하겠다는 위험한 발언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나왔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방송법 4조의 목표가 편성의 자유와 독립”이라며 “지금 후보자는 문화일보 편집국장이 아니다.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사장이 되면 ‘바이든 날리면’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지시할 수 있냐”고 묻자 박 후보자는 “보도를 유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KBS 편성규약,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등에 문제가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KBS는 편성지침이 있는데 제작 책임자와 실무자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이트 키핑이 봉쇄돼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기자들이 자신의 소신대로만 제작하고 방송하고 있다”며 “임명동의안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2005년부터 경영권 침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걸 없앨지 축소할지 개선할지는 가서 판단해 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