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오염수와 '녹조의 번성'

[이슈 인사이드 | 환경]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우리 사회는 10년이 넘게 녹조의 원인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잘못된 주장을 되뇌는 일부 전문가 탓이다.”


30여년 동안 국내 한 일간지에서 환경전문기자로 활동하다 은퇴한 선배 기자가 최근 펴낸 ‘녹조의 번성-남세균 탓인가, 사람 잘못인가(이하 ‘녹조의 번성’)’의 ‘들어가는 말’ 중 일부분이다. 이 선배 기자가 오랫동안 써온 녹조에 대한 글들이 담긴 이 책의 제목에 대해 남세균 탓이라고 답하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저 오랫동안 강물에 존재해 왔을 뿐인 남세균이 대량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을 국내 곳곳의 강과 호수, 저수지 등에 만들어 놓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한반도 남쪽에 거주해온 인간들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녹조의 근본적인 원인, 특히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집중해야 할 사안에 대해 한국 사회는 ‘녹조의 번성’이 지적하듯 양분돼 있다. 이 가운데 4대강 보가 녹조 번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려는 사람들은 녹조 번성의 근본 원인이 4대강 보라는-마치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와도 같은-과학적 주장을 하는 이들에게 4대강 보를 정치적으로 공격한다는 프레임마저 씌우고 있다.


이로 인해 녹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지적해온 이들은 ‘녹조의 번성’에 나오는 말의 한 구절과도 같은 답답함과 불안감을 10년 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우리 사회가 4대강 보 문제, 녹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환경 분야에서, 환경 문제 해결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 말이다.


그러는 사이 4대강 보에 갇혀 오염된 물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고, 물고기와 주변의 농작물마저 오염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에는 정수처리를 거친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는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 모두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이 10여년 전부터 4대강 보에 물이 갇힌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해온 문제들이다.


‘녹조의 번성’에는 마치 총트리할로메탄 기준치 초과를 예언한 듯한 구절도 들어있다. “수질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 사회의 노력은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와도 같아 보인다. (중략) 많은 돈을 투자해서 이리저리 개선하면, 다른 데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곤 한다. 그게 총트리할로메탄이든, (중략) 과불화화합물이든”이라는 지적은 오랫동안 환경 문제에 천착해온 저자의 혜안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녹조의 번성’이 설명하는 것처럼 4대강 보와 녹조 문제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식수 안전을 위해서는 상수원수를 오염시키지 않는 게 최우선이며, 그 가장 쉬운 해법은 4대강 보의 수문 개방과 철거다. 보에 갇혀 오염된 물을 지나치게 많은 양의 염소로 소독하다 보니 소독 부산물인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넘어버린 것처럼 더러운 물을 여러 기술로 깨끗하게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녹조의 번성’에 나오는 다음 문장과도 같은 어리석은 행태를, 식수 안전을 책임지는 환경부는 더 늦기 전에 그만둬야 할 것이다. “상수원수를 오염시킨 다음에 뒤늦게 고도 정수처리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걸레를 삶아 빤들 행주로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애써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말이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