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숏폼과 가벼워지고 싶은 이용자

[언론 다시보기] 송해엽 군산대 교수

송해엽 군산대 교수

과거 한 언론사 기자가 “페이스북 페이지 트래픽이 갑작스럽게 30% 정도 감소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페이스북이 친구의 소식을 더 많이 노출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했기 때문이었다. 몇 주 뒤에 만난 기자는 “회사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하라고 하는데 일이 너무 많아 버겁다”라는 말을 했다. 뉴스 유통 방식이 포털에 집중되어 있던 시기에는 오히려 많은 것을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사가 점차 여러 플랫폼에 유통하는 다양한 형식의 뉴스를 고민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이어 자주 언급되는 주제는 틱톡이다.


영국의 신문 데일리 메일 인쇄판의 평균 독자 나이는 56세이다. 하지만 데일리 메일은 미래를 대비하는 의미에서 틱톡과 같은 플랫폼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데일리 메일의 틱톡 계정은 730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으며, 올해 9월에는 합계 2700만 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언론사 계정이 되었다. 동영상 책임자 필 하비는 “시청자에게 도달하는 방식을 다양화하고 투자하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는 비즈니스의 일부”라고 이야기했다. 페이스북이 링크가 있는 포스트를 노출하기 꺼리며 뉴스에서 멀어지고 있는 가운데, 틱톡은 20대가 이용하는 서비스로 젊은 층에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뉴스 유통경로로 주목받았다.


국내에서도 정말 틱톡까지 고민해야 할까? 틱톡은 이용자를 사이트로 유도할 수 있는 링크를 활용하기도 어렵고, 수익을 창출할 방안도 제한적이다. 지난 9월에 공개된 틱톡에 관한 연구는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제공한다. 숏폼 영상을 추천하는 틱톡의 알고리즘을 시험해 본 결과 6568개 숏폼 동영상 중 뉴스로 분류되는 콘텐츠는 단 6개에 불과했다. 연구자는 “추천 페이지 알고리즘은 뉴스에 적극적인 관심이 있더라도 뉴스콘텐츠를 거의 노출하지 않는다”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다른 미국 설문 조사 결과는 성인 이용자 3명 중 1명은 정기적으로 틱톡을 통해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이러한 불일치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연구자는 “이용자가 저널리즘에서 생각하는 뉴스보다 뉴스를 훨씬 폭넓게 정의하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보았다.


국내에서 틱톡은 글로벌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이용률을 보인다. 틱톡 서비스는 국가별 이용에 차이가 크다. 미국에서는 빠르게 떠오르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서비스이지만, 국내에서는 서비스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이용자도 있다. 어쩌면 틱톡까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심할 수 있으나, 틱톡이 유행시킨 숏폼 비디오 포맷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은 지난해 뉴스 서비스를 개편하며 젊은 층 공략을 위해 “오늘의 숏”, “1분 숏폼”을 도입했다. 국내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표에 반응해 포털에서 이탈하는 젊은 층을 공략하고자 하는 시도로 알려졌다.


결국 숏폼 콘텐츠에 관한 연구를 통해 고민해 볼 만한 내용은 무엇을 뉴스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용자는 생각보다 가십이나 연예까지 포함한 상당히 넓은 분야를 뉴스로 생각할 수도 있다. 과거 신문에서 만화를 보고 연재소설을 읽으며 재미를 찾던 시절도 있었다. 어찌보면 언론은 너무 빨리 이러한 분야에서 손을 놓았는지도 모른다. 숏폼이 가벼워서인지 가벼워지고 싶어 숏폼을 시청하는지 알 수 없지만, 과거에 놓았던 부분에 다시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하고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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