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가 가로막은 저널리즘의 미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최근 조사를 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소했던 사내 괴롭힘이 다시 증가하는 모양새다. 올해 직장인 10명 중 3명 이상이 모욕과 부당한 지시, 폭언 등을 경험했다고 한다. 특히 직장 내 폭력과 성희롱, 괴롭힘 사건 등은 언론계에서도 잇따랐다.


‘직장 내 괴롭힘 만연한 언론계 조직문화’, ‘기자 분노에도 무감각한 경영진’, ‘트라우마 부추기는 언론 문화’, ‘위드 코로나 시대, 언론은 달라져야 한다’. 우리의 주장을 통해 괴롭힘 문화를 조장 혹은 방조하는 관행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당부한 것만 올해 들어 수차례다.


언론사들은 코로나를 전후로 방송과 신문 나눌 것 없이 수십 년간 시달려 온 ‘저널리즘 위기설’을 반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왔다. 지면 중심 업무를 온라인·디지털로 전환하고, 뉴스룸을 개편해 기존 출입처 장벽을 허무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루 단위로 돌아가던 취재와 제작 호흡을 바꿔 새로운 콘텐츠 형식에도 도전했다.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에 진출했고, 평등하고 윤리적인 조직을 위해 젠더 이슈와 사내 소통 전담 에디터도 임명했다.


이 같은 노력은 일부 현장에 녹아들어 안착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렇다 할 결과물이나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일방적이고 유연하지 못한 오래된 조직문화는 부동의 걸림돌이다.


들인 노력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도전과 거꾸로 가는 조직문화. 두 현상의 상호관계를 분석한 ‘한국 신문의 뉴스 생산문화에 대한 비판적 연구’(한국언론정보학보, 2019년)는 그 원인으로 언론계 종사자들의 ‘착각’을 지목한다. “외부와 소통하기보다 조직(언론계) 내 정보·평가에 의존해 판단”하는 관행이 “사회 변화와 동떨어진 우월적 선민의식, 특권 의식, 면죄부 의식”을 갖게 해 매번 변화와 적응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위계적인 집단주의, 남성중심주의·정파주의 문화, 자본 종속적이고 전문성을 키우는 것을 억제하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올해 초 2018년 이후 입사자 중 11명이 회사를 떠난 연합뉴스는 연말까지 괴롭힘과 성폭력 가해자인 고위급 간부들에 대한 부적절한 인사조치로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169명의 기자가 기명으로 성명서를 게재할 만큼 분노한 것은 사내 폭력이 발생한 사실뿐 아니라 안일한 회사의 대응과 파벌과 인맥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신상필벌에 대한 염증일 테다. 4년차 기자가 퇴사하며 남긴 말처럼 “전근대적인 직장 내 괴롭힘 문화가 만연”한 회사의 진짜 문제는 “문제를 문제라고 지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는 한 언론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언론의 조직문화는 체계적이거나 조직적이지 못하다. 이에 인력의 교육과 배치, 평가·상벌·인사도 비합리적이다. 구성원을 설득하고 의견을 모아야 하는 디지털 전환이나 부서 재구성과 같은 조직의 변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배경이다.


언론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원인으로 흔히 급변한 미디어 환경과 광고 시장에 대한 부적응을 꼽지만, 저널리즘을 갉아먹는 더 큰 원인은 조직문화다. 앞서 언급한 논문은 이런 문화가 “조직원의 상호 협력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기사 생산을 어렵게 한다”고 결론 내린다. 사회를 감시하고 시대의 요구를 환기하는 언론의 제 역할 찾기는 새로운 디지털과 플랫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악습을 끊어내는 데 답이 있는 것 아닐까.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