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데이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인류가 살아온 세상을 학습하고 인간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데이터를 활용해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인공지능과의 첫 만남은 묘한 설렘과 긴장감을 가져왔다. 저널리즘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을 거 같기도 하면서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함께 들었다.
실제로 챗GPT에게 고위공직자 데이터를 던져주고 농지를 가장 많이 가진 상위 10명을 뽑아달라고 하니 데이터 정제부터 분석까지 막힘없이 결과를 내놓았다. 직접 분석해 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공직자 재산 데이터는 구조도 엉망이고 분석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데 데이터 입력부터 결과가 나오기까지 단 1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게 놀라웠다.
지인에게 농담 반으로 툴툴거렸다. 이러다 일자리 잃게 생겼다고 말이다. 그런데 지인이 며칠 후에 본인도 챗GPT에게 비슷한 분석을 시켜봤는데 엉뚱한 대답을 한다며 챗GPT가 정말 똑똑한 거 맞냐고 반문했다.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니 그냥 기자 후배한테 시키듯이 명령했다고 했다. ‘공직자 재산 데이터에서 기사로 쓸만한 것 좀 찾아줘’라고 말이다.
아무리 똑똑한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제대로 물어보지 않으면 올바른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가령 챗GPT에게 농지를 가진 의원들을 알려달라고 물어봤다고 가정해 보자. 챗GPT는 농지의 개념을 알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에서 농지라고 하면 대분류 카테고리 안에서 ‘전’, ‘답’, ‘과수원’을 뜻한다. 정부에서 농지를 이렇게 분류하기로 30년 전에 약속한 건데 이를 질문할 때 알려주지 않는다면 분석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맨 게 된다.
올바르게 질문하기 위해선 챗GPT에게 농지는 대분류에서 ‘전’, ‘답’, ‘과수원’이란 정의를 내려줘야 이를 이해하고 농지만 따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그때부터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단 5초면 끝난다.
여기서 인공지능 시대에 효과적인 취재에 욕심이 있는 기자라면 어쩌면 질문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 눈치껏 이해하는 사람과 달리 인공지능은 학습된 데이터로 답을 하기 때문에 친절하고 올바르게 알려주고 물어봐야만 한다. 너무 과한 거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여태 코딩을 할 줄 몰랐던 기자도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되고 출입처에서 얻은 문건 속에서 특이점이나 알고 싶은 정보를 쉽게 캐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혼자서는 기자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뉴스를 만든다는 건 매일 새로운 소식을 취재해 알리는 건데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시간을 앞서 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에 챗GPT를 취재에 활용하는 기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남들이 쓰지 않는 뉴스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들을 실제로 하고 있었던 건데 대다수가 인공지능 시대에 ‘질문하는 법’은 잘 몰랐다. 여전히 사람인 취재원이 중요하겠지만 새로운 기술을 간과할 필요도 없다. 취재에 인공지능이 필요하다면 ‘질문하는 법’부터 배우는 게 그 시작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