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에 이어 JTBC 기사도 신속심의할 예정이라고 세계일보가 보도해 사실인지 논란이 된 가운데,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절차대로 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야권 심의위원들은 지금까지 결정된 것이 없는 만큼 방심위가 해명자료를 내거나 세계일보에 정정보도를 요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류 위원장은 해당 보도가 단정적 표현을 쓰지 않았으니 조치할 수도, 필요도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4일 열린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JTBC 보도를 정말 신속심의 할 것인지 묻는 야권 윤성옥 위원의 질문에 류희림 위원장은 “절차에 따라서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럼 결정된 것이 없는 게 맞느냐”며 이어진 물음에는 “그렇다”면서도 “신속심의절차를 만들어 놨는데 (사무국에서) 보고가 들어오면 그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여지를 남겼다. 방심위는 위원장 단독이나 위원 3명 이상 동의로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에 접수된 민원을 신속심의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앞서 세계일보는 온라인 기사를 통해 방심위가 “함정취재로 논란이 된 서울의소리의 유튜브 영상을 사용한 JTBC 뉴스룸에 대해 긴급심의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영상이 조작됐거나 왜곡 편집됐을 가능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점이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대하게 위반”했다며 신속심의에 나선다는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적었다. 이보다 사흘 전인 지난달 27일 서울의소리는 300만원짜리 명품백을 선물로 준비한 뒤 김건희 여사가 거절하지 않고 받는 모습을 몰래 찍어 유튜브 채널로 보도했다.
문제는 야권 위원들이 이 보도에 조치를 요구하면서 나왔다. 윤성옥 위원은 “절차를 따르기는커녕 민원이 들어왔는지조차도 위원이 보고받지 못한 상태”였다며 세계일보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라고 사무국에 주문했다. 신속심의 사안을 지정할 권한은 오직 위원들에게 있는데, 정작 위원들은 아무런 내용도 못 들었으니 오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류희림 위원장은 “‘알려졌다’고 했지 사실로 단정한 게 아니”라며 “자기들도 확신하지 않고 얘기한 것을 어떻게 정정보도를 요청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사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세계일보가 애초 풍문만 전했을 뿐 확인된 사실이라며 보도하지는 않아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류 위원장은 세계일보가 누구와 인터뷰했는지 보도 경위는 모른다고 말했다.
답변에 문제가 있다고 야권 위원들이 발언을 계속하는 중 류 위원장이 사무국 직원에게 “빨리 보고하라”며 여러 차례 회의 진행을 지시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윤 위원은 “신속심의한다고 언론에 흘린 뒤 방송사들이 이 영상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며 “위축효과를 노리셨는지 모르겠다. 가짜뉴스 센터 설치 목적이 뭐냐고 저희가 계속 얘기했는데, 운영을 강행한 이유가 이번 사안으로 그대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심위가 해명자료를 내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됐다. 야권 김유진 위원은 “그동안 사실관계와 다르지 않은 보도에 해명자료를 남발해왔다”며 “지금은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보도에 해명자료를 내지 않아 기준이 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방심위는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3개월여 동안 7차례 설명자료나 해명자료를 냈다. 방심위는 류 위원장 취임 이전 1년 동안 자료를 내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2주 뒤 다음 회의 때 해명자료 배포 기준을 정리해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가짜뉴스 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1000여 건으로 방심위는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센터에 접수된 순서대로 위원들에게 보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접수된 JTBC 보도는 실제 신속심의에 오르더라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영어를 섞어 말하는 어법을 희화한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법정제재인 경고가 의결되기도 했다. ‘타인을 조롱 또는 희화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 적용됐다. 야권 위원들은 권력자에 대한 풍자일 뿐이라고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