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54.3%, 직무에 생성 AI 활용… 교육 필요 62.6%

한국언론진흥재단 <2023 한국의 언론인> 조사결과

절반 이상의 언론인이 이미 직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와 30대 초반에서 활용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의외로 60대 이상에서 높은 수치가 확인됐다. 일자리 안정성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엿보였고 직무별로는 교열기자, 데이터기자 등에서 위협이 크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행한 <2023 한국의 언론인>에 따르면 직무수행 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한 기자들의 비율은 54.3%였다. 활용하지 않고 있는 기자(45.7%)보다 활용하는 기자가 이미 더 많은 상태였다. 연령대별로는 20대(62.7%)와 30~34세(58.6%)에서 높은 수치가 나타났고, 35~39세(49.7%)와 40~44세(48.3%)에선 상대적으로 낮았다. 오히려 60대 이상에서 59.5%의 활용 비율이 확인되는 의외의 결과도 나왔다. 62.6%는 직무 수행을 위해 AI 관련 지식 및 기술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10.1%에 불과했다.

언론재단은 “흥미로운 점은 연령대가 높은 기자들 사이에서 관련 기술을 학습할 필요성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공지능 지식 및 기술을 배워야 할 필요성 정도 인식을 5점 척도로 측정한 결과 전체 응답자 평균인 3.63과 비교해 40~44세(3.64점), 45~49세(3.68점), 50대(3.79점), 60대 이상(3.73점)에서 더 높은 필요성을 느꼈다”고 적었다.

한국 언론인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AI 도구는 네이버 클로바(34.3%), 챗GPT(30.7%), 구글 바드(13.3%) 등의 순이었다. 주요 활용 분야론 녹취·번역·교정 등에 활용(43.9%)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자료 수집 및 분류(24.5%), 기사에 사용되는 텍스트·이미지 생성(20.2%)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정보에 대한 팩트체킹(5.3%), 발제 아이템 구상(4.3%)에 활용한다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 생성형 AI를 통해 얻은 정보를 기사에 직접 반영하는 정도는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생성형 AI 도구 활용이 언론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5점 척도로 물은 조사에선 기자들의 복잡한 속내가 나타나기도 했다. 3점 이상일 때 해당 영향을 중요하게 인식한다고 볼 수 있는 조사에서 기자들은 표절과 저작권 침해 문제 발생(3.81점), 언론인의 일자리 안정성 위협(3.14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반면 업무속도와 효율성 향상(3.54점), 신속 보도(3.28점) 측면에 대해선 긍정적 기대도 드러냈다. 추가로 일자리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본 응답자에게 구체적인 관련 직무를 물은 결과에선 교열기자(39.3%), 데이터기자(19.1%), 편집기자(17.0%), 취재기자(12.4%), 일러스트디자이너(7.2%), 소셜미디어 담당자(3.9%) 순으로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변화에 대한 문항과 별개로 기자를 대상으로 한 괴롭힘 등과 관련해선 응답자 29.7%가 지난 1년 동안 취재, 보도로 인해 취재원, 취재대상 또는 독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율에선 남성(28.3%)보다 여성(32.8%)의 비율이 높았고, 이는 2021년 조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구체적인 괴롭힘 유형으론 ‘이메일, 전화, 문자, 메신저 등을 통한 괴롭힘’(79.1%)이 가장 높았고, 그 뒤를 ‘웹사이트 악성댓글’(51.2%), ‘악의적인 고소, 고발’(23.7%), ‘SNS에서의 집단적 괴롭힘’(17.1%) 등이 따랐다.

언론인 대상 괴롭힘의 심각도 정도를 물은 결과에선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5.4%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고 답한 경우는 17.8%에 그쳤다. 다만 소속 매체 유형에 따라 온도차가 컸는데 방송사 종사자(3.60점)는 괴롭힘 심각성을 높게 인식한 반면 여타 전국적 영향력을 지닌 종합일간지, 종편·보도전문채널, 뉴스통신사에선 15.9~19.0% 등 비율로 인식차가 크게 나타났다. 이 같은 괴롭힘에 대응책이 필요한지를 물은 질문엔 70.7%가 그렇다고 답했고, 이 중 가장 필요한 지원책으론 ‘언론인에 대한 법률 서비스 지원’(43.3%)이 꼽혔다.

언론재단은 “언론인 대상 괴롭힘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괴롭힘에 대한 대처와 조직차원의 지원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간 취재, 보도로 인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2.5%는 무시하고 대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2021년 조사에도 67.1%가 이같이 답했었다.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기자들 가운데 사내 도움을 받는 비율은 29.1%에 불과했다”고 적었다. 이어 소속 언론사 도움을 받았다는 답이 악의적 고소고발을 많이 경험하는 인터넷언론사, 지상파방송사, 스포츠/외국어일간 매체에서 많았다는 점을 거론, “법적인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역설적으로 괴롭힘에 대해 조직차원의 대응 시스템도 갖추게 된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 간 재난, 사고 등 취재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는 비율도 21.8%에 달했지만 대처 양상은 괴롭힘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17.6%만이 소속 언론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도움을 받은 경우에도 휴직, 인사이동 등 공식적인 도움(8.2%)보다는 개인적 수준의 대처를 택하면서 동료 또는 선배와 상의(43.2%)하거나 휴가를 내고 쉬었다(26.9%)는 답이 많았다. 언론재단은 “응답자의 75.3%는 취재, 보도로 인한 트라우마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중 필요한 대응책 대부분은 언론사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하는 것”이라며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중 25.0%가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무리한 취재관행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언론사 내부의 인식 제고와 높은 관심(18.8%), 언론사 내부 제도적 지원기구 운영(18.3%), 취재보도 트라우마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 제작과 교육(11.4%) 순으로 꼽았다”고 분석했다.

기자들의 직업만족도와 사기는 2년 전 조사와 비교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인 직업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동일문항을 적용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점을 기록한 2013년(6.97점, 11점 척도), 최저점을 기록한 2017년(5.99점)을 거쳐 2021년 6.30점까지 상승했으나 올해 소폭 하락(0.21점)한 6.09점에 그쳤다. 편집·보도국 내 기자의 사기변화의 경우 2009년 2.38점(5점 척도)에서 2017년 2.03점으로 하락했으나 2019년 2.33점으로 반등, 2021년엔 2.42점으로 상승했지만 2023년 조사에선 2.36점으로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언론재단이 메가리서치에 의뢰해 7월5일부터 10월6일까지 언론인 201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대면 면접조사와 온라인/모바일 조사가 병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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