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한겨레 동료 여러분,
2024년, 새로운 한 해가 우리 앞에 찾아왔습니다.
우리 모두 축복과 사랑, 응원과 격려의 인사말을 한겨레 울타리의 소중한 동료들과 나누며 2024년이라는 이름의 가능성을 함께 활짝 펼쳐봅시다.
오래도록 얼룩으로 남을 불행한 사건으로 시작된 한겨레의 2023년은 암울한 대내외 경제 상황과 갈수록 퇴행하는 언론 환경이 맞물리면서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매 순간 찾아오는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저마다 각자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한겨레 모든 동료 덕분에 그나마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특히 경영 수지 개선을 위해 사력을 다해주신 매출 담당 부서의 동료들, 그리고 비록 화려하게 빛나거나 크게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한겨레의 일상을 든든하게 지켜주신 동료들 한 분 한 분께 마음 속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미디어 격변의 시대라는 말조차 이제는 식상해졌습니다.
한겨레는 ‘낡은 것은 가고 새로운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위기의 터널 속에 들어서 있습니다. 부정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불안하고 혼돈스러운데 좌표가 되어줄 빛은 여전히 희미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익숙했던 과거의 기억에 취해 오던 길을 되돌아갈 수도, 용기를 잃고 머물러 주저앉을 수도 없습니다. ‘더 좋은 저널리즘, 더 혁신적인 미디어기업’을 목표 삼아 터널의 끝을 향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길만이 우리 사회가 한겨레에 거는 기대에 화답하는 길이자, 한겨레의 존재가치를 우리 스스로 증명하는 길입니다.
지난해 첫 경영설명회에서 ‘2023년은 준비기, 2024년은 도입기’라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2023년에 인력과 조직, 직무 재편을 준비하고, 디지털 인프라와 콘텐츠를 가다듬는데 우선 공을 들인 배경입니다. 죄송하게도 당장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의 변화를 체감할 상황은 못 됩니다. 공감대를 더욱 넓혀야 할 뿐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와 콘텐츠만 해도 가야할 길이 아직 멉니다. 이제 겨우 첫 발을 떼었을 뿐입니다. CMS 개편과 사내 네트워크 고도화라는 과제 역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바심 내지 않고 뚝심 있게 한 길을 걸어가 보렵니다. 올해 하반기 이후부턴 콘텐츠와 인프라, 매출 구조와 조직 문화에서 자그마한 변화의 싹이 조금씩 가시화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에 덧붙여 올해 관심을 쏟을 몇 가지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한겨레의 존재 이유는 단연코 ‘뉴스’입니다. 설령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종이신문이 영영 사라진다 하더라도, 뉴스는 미디어기업 한겨레를 지탱하는 핵심 상품으로 남아야 합니다. 종이신문과 디지털이 병존하는 현재는 물론입니다. 핵심 상품인 뉴스가 최고의 경쟁력을 지녀야 독자를 붙잡아두고 디지털 전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지난해는 흐트러진 뉴스룸의 안정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올해는 핵심 상품인 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층 매진하겠습니다. 취재와 기사 작성부터 인력 채용과 교육, 인사 등을 두루 아우르는 플랜을 마련하겠습니다.
콘텐츠 시장 저변을 확대하고 미디어 기업에 적합한 새로운 수익사업을 발굴하는 일, 본사와 자회사의 동반 성장을 향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일도 올해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시야를 지역과 글로벌 시장으로, 다양한 비뉴스 시장으로 넓히고, 범한겨레 통합 발전전략을 짜 본사와 자회사가 이익과 비용을 공유하는 틀을 차근차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경영설명회 때 조금 더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동료들께 용기 내어 드린 이야기로 임기 2년차를 시작하는 다짐과 부탁을 대신할까 합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정녕 세상을 바꾸려면, 우리 스스로가, 한겨레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결코 우리 모두가 지금껏 해왔던 일을 폄훼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36년 가까이 일궈온 한겨레의 과거는 응당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다만 소중한 우리의 지난 성취를 오래도록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더욱 치열하고 과감하게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2024년 역시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조금 더 격려하고 서로를 북돋우면서 우리의 길을 흔들림 없이, 함께 갑시다.
한겨레 동료들 모두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2024년 1월2일
대표이사 최 우 성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