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서울신문 가족 여러분!
2024년 갑진(甲辰)년의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희망과 기쁨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매년 이맘 때 맞는 똑같은 아침이지만, 오늘은 남다른 아침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언론사인, 우리 서울신문이 올해 창간 120주년을 맞습니다. 120주년은 육십갑자(六十甲子)가 두 번 돌아야 맞을 수 있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입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영국인 언론인 어니스트 베델이 1904년 창간한 대한매일신보는 항일민족지였습니다. 서울신문은 대한매일신보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자랑스런 신문입니다. 창간 120주년을 계기로 서울신문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됐으면 합니다.
작년에는 예상보다도 경제가 더 좋지 않았지만, 애사심 있는 서울신문 가족들 덕분에 외형부문에서 괜찮은 성적을 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서울신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작년 매출액은 810억원대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종합지 중 전년보다 한 단계 오른 4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년 연속 한 단계씩 상승한 성적입니다.
작년에는 기자들의 노력으로 지면, 온라인도 풍성해졌습니다.
정치·경제·사회부 등 스트레이트 부서의 따끈따끈한 특종에다, 인구기획, 비(非)수급리포트, 안락사 시리즈, 정신건강리포트 등 좋은 기획들이 서울신문 지면을 빛냈습니다. 공직 열전과 공기업 시리즈는 공직에 강하다는 평을 받고있는 서울신문의 성가(聲價)를 높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매출액, 영업이익도 중요하지만 언론사이기에 언론관련 지표가 중요합니다.
지난해 광고주협회가 500대 기업의 광고·홍보관계자들에게 조사한 광고선호도에 따르면 서울신문은 종합지 중 6위였습니다. 좋은 콘텐츠가 뒷받침된 결과일 것입니다.
온라인부문의 강세 기조는 계속됐습니다. 마켓링크가 조사한 ‘2023년 모바일 인터넷 뉴스 이용 트래픽’에 따르면 서울신문은 월평균 가장 오랜시간 본 언론사 9위, 순방문자수 11위였습니다. 두 부문 모두 종합지 중 3위였습니다.
존경하는 서울신문 가족 여러분!
영원한 1등도 없고, 영원한 꼴등도 없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공자 말씀’이지만, 노력과 의지의 정도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세계 최고의 신문사로 불리는 뉴욕타임스는 창간된 지 45년만인 1896년 오너가 바뀔 당시만해도, 뉴욕에서 발행된 8개 조간신문 중 꼴찌였습니다. 1950년대에도 판매부수는 뉴욕에서 5위에 불과했습니다.
한 때 도요타, 일본제철과 함께 일본 경제를 이끄는 트로이카로 불리기도 했던 도시바는 지난해 말 상장 폐지됐습니다.
서울신문은 젊은 독자들이 찾는 가장 ‘젊은 신문’이어야 합니다.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20~30대와 관련된 주제, MZ세대가 관심을 갖는 주제에 지면을 더 할애해야 합니다. 이들은 이념편향도 심하지 않고, 신문에 대한 선입견도 덜한 세대입니다. 젊은 시절의 인상, 느낌은 오래 지속됩니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연륜이 깊은 서울신문은 가장 젊은 매체를 지향해야 합니다.
싫으나 좋으나, 대한민국의 중심은 서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입니다. 수도권에 살든, 비수도권에 살든 서울, 수도권, 서울사람, 수도권사람과 관련있는 뉴스가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뉴스를 더 찾아 나서야 합니다.
신문 오프라인 독자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만의 현상도 아닙니다. 한 때 조·석간 발행부수가 1000만부를 넘었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거의 반토막났다고 합니다. 오프라인 독자를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되지만 이제 우리도 온라인 유료독자화를 위한 기반을 착실히 마련해야 합니다.
먼저 회원 수를 늘리는 로그인월 단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그 다음 유료화를 위한 단계를 정교하고, 차분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다른 신문사들의 시행착오를 포함한 앞선 경험들은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입니다. 타사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잘 연구해야 합니다.
온라인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는 중앙일보의 온라인 유료독자도 2만명에 불과합니다. 많은 투자를 했고, 오랜시간 준비를 해온 중앙일보의 온라인 독자가 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대한민국 온라인 유료독자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돈을 내고 볼만한 양질의 콘텐츠가 물론 뒷받침돼야 하지만, 네이버 탓에 공짜뉴스에 익숙한 국민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서울신문 가족 여러분!
새해에는 창간 120주년을 맞아 의미있는 행사를 합니다.
5월부터 100여일간 ‘에드바르드 뭉크전’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10월에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창간일을 맞아 7월에는 창간행사도 준비하고 있고, 서울신문 120주년 사사 편찬도 준비 중입니다. 2월28일에는 봄날음악회를 합니다.
올해에는 네이버 구독자 50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적지않은 예산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서울신문 가족 여러분들의 애사심도 필요합니다. 친구, 친지를 만났을 때 네이버 구독을 권유하는 것은 애사심의 첫 출발입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님은 지인을 만날 때마다 월급통장을 하나은행으로 하도록 권유한다고 합니다.
서울신문 신규독자 확장 목표는 1만5000부로 잡았습니다. 예년에 비하면 많은 목표입니다. 자동차, 가전회사의 사원이 자사제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권유하는 것처럼, 신문사의 가족이라면 자기가 몸담고 있는 신문을 홍보하고 구독을 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10% 늘어난 900억원입니다. 쉽지않은 목표이지만 불가능한 목표도 아닙니다. 우리들은 어려웠던 작년에도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도전해봅시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이봐 해봤어?”라는 기업가정신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1960년대 초까지 최빈국의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지금 경제규모 10위권의 경제강국이 된 것은, 포기를 모르는 기업가정신, ‘하면 된다’는 그 정신 때문이었습니다.
정주영 창업주는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산업항 공사장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25년간 한샘 최고경영자(CEO)였던 최양하 전 대표는 “회사에는 두 부류 사람밖에 없다. 주인이냐, 머슴이냐. 주인으로 일하면 주인이 된다. 주인은 스스로 일하고 머슴은 누가봐야 일한다. 주인은 힘든 일을 즐겁게 하고, 머슴은 즐거운 일도 힘들게 한다.”고 했습니다.
존경하는 서울신문 가족 여러분!
저는 1988년 7월 서울신문 가족이 됐습니다. 창간 120주년을 맞게 되니, 부족한 저를 합격시켜 준 당시 사장님을 비롯한 대선배님들께 새삼 감사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습 시절 “없는 집안일수록 콩 한쪽도 나눠 먹어야 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말씀하시던 선배님들 생각도 납니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입장도 한번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본부, 국, 팀간의 칸막이와 장벽을 없애야 합니다. 자기와 관련된 것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와도 이제는 작별해야 합니다. 남이 하는 것은 쉬워 보이는 법이지만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창간 120주년을 맞아, 서울신문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잘합시다. 2030년에는 빅4가 될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합시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한 건강과 가족 잘 챙기시면서, 올 한해도 뜻하시는 것을 이루시는 행복한 366일이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값진 갑진년 한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