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발언했다는 MBC 보도에 대해 지난 12일 법원이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판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 감정 등을 근거로 “윤 대통령이 ‘바이든은’과 ‘날리면’ 중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는다”라는 정정보도문을 방송하도록 했다. 법원 스스로 실제 발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MBC 보도가 허위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린 셈이다.
언론은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지만,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사안의 경우 다각도로 취재해 의혹을 제기한다. MBC는 비속어 발언 보도를 하면서 순방에 동행한 풀 기자단 상호 확인, 국내에서 반복적 검증 등을 거치고 대통령실 해명도 들었다. 보도 과정에서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고, 취재 결과 사실로 믿을 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도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판결에 고려하지 않았다. 더욱이 당시 대통령실은 가능하면 보도하지 말아달라거나 사적 발언에 대해 외교적 성과를 연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하는 등 사실상 비속어 발언을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김은혜 홍보수석은 첫 보도 15시간이 지난 뒤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사건 장소, 배경, 전후 맥락, 박진 외교부 장관의 진술 등을 종합해 윤 대통령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소송 원고인 박진 장관의 주장에 신빙성을 부여했는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박 장관은 9월30일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에서 “윤 대통령이 세계 질병 퇴치를 위해 (1억 달러를) 공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창피한 것 아니냐 이런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비속어 보도 이후 윤 대통령의 “사실과 다른 보도” “동맹 훼손” 발언, 대통령실이 나서 MBC 사장실에 보도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압박이 거듭된 상황에서 박 장관 발언에 무게를 두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이번 정정보도 판결의 논란과 별개로 문제의 발언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게 적절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9월22일 오전 10시를 넘어 MBC 유튜브를 시작으로 대부분 언론이 ‘바이든은’으로 보도했다. 당일 아침 국내에서 윤 대통령이 뉴욕에서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지라시 글과 문제의 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좀 더 신중하게 보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음성 원본만을 들려준다거나 자막을 공란으로 처리해 최종 판단을 시청자들에게 맡길 수 있지 않았을까.
대통령실은 이번 판결과 관련한 논평을 내면서 MBC를 MBC라고 부르지 않았다. ‘공영이라고 주장하는 방송’으로 지칭했다. 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이 확인됐지만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하면 일단락됐을 사안을 언론 탓으로 돌린 건 대통령실이다.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던 적대적 언론관을 언제까지 고집할 셈인가. 정정보도 판결을 계기로 MBC에 대한 위협이 다시 시작될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