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에 문제를 제기하던 야권 옥시찬, 김유진 위원이 해촉됐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해촉된 야권 위원은 모두 5명이 됐다. 언론 시민사회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고 류희림 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방심위 야권 옥시찬, 김유진 위원에 대한 해촉 건의안을 재가했다. 두 위원의 임기는 올해 7월까지였다. 방심위의 위원 구성은 여야 4대3에서 4대1이 됐다.
해촉 건의안은 지난 12일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사유는 욕설(옥시찬)과 심의업무 방해, 비밀유지의무 위반(김유진) 등이었다. 야권 위원들은 ‘심의민원 사주’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진상규명, 신고자 색출 시도 중단 등 안건을 제의하고 류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었다.
‘심의민원 사주’ 의혹은 류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을 시켜 민원을 제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보도한 방송사들에 모두 합해 과징금 1억 2000만원을 부과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옥시찬, 김유진 위원이 이날 해촉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해촉된 야권 방심위원은 모두 5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8월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을 이유로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이 해촉됐다. 한 달 뒤에는 정민영 전 위원이 변호사로서 MBC의 소송사건을 맡고 있던 중 서면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논란으로 해촉됐다.
방심위 위원 정원은 9명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조만간 여권 인사로 후임을 위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황열헌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11월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를 위원으로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재가하지 않고 있었다.
야권 위원들은 이르면 다음 주 중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다. 다만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앞선 사례를 넘을 수 있는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정연주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방심위는 민간기구로 이에 따라 해촉도 취소를 다툴 수 있는 행정처분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해촉이 재가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 문화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4곳은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과 류희림 위원장을 규탄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앞으로 방심위가 내리는 온갖 제재가 모든 소송에서 패하고 그 부담은 오롯이 윤석열 정권과 류희림 위원장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전두환에게 보안사령부가 있었다면 윤석열 정권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심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류 위원장을 업무방해와 이해충돌방해지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진정한 민원이 아닌 ‘가짜민원’으로 류 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위원과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또 2022년 3월 뉴스타파의 보도와 인용보도가 나온 이후 1년 넘게 전혀 민원이 없다가 지난해 9월 4일 처음 민원이 들어온 뒤 다음 날 곧장 심의가 시작돼, 1억 원이 넘는 과징금 결정은 민원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앞서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도 류 위원장을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는데, 이 사건은 10일 양천경찰서로 이첩됐다. 이해충돌방지법은 부패행위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부당한 감사를 벌이는 등 불이익조치를 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규정하고 있다. 신고자는 방심위가 불이익조치를 거두도록 조치해 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요청했지만 권익위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