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야권 위원 2명을 해촉하고 여권 인사로 보궐위원 위촉이 예견된 가운데 방심위원 위촉과 해촉의 법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행 제도로는 위촉과 해촉 모두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정파적 심의 문제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8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파행운영의 실태와 대안 토론회’에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방심위원의 독립성이나 임기보장, 결격사유에 대한 제도가 여전히 느슨하다”며 이 때문에 상대 진영 위원의 작은 비위를 문제 삼아 해촉시키는 등 “제도 운용에서 ‘아시타비’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3년 동안 4기 방심위원을 지내기도 한 심 교수는 “위촉과 해촉을 결정할 전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문제 원인을 짚었다. 위원을 해촉할 수 있도록 법에서 정한 비위 기준이 따로 없고, 다른 기관의 조사나 판단을 거치는 등 정해진 절차도 없어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과 재량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부터 이달까지 방심위원 9명 중 야권 위원 5명을 해촉했다. 그사이 여권으로 류희림 위원장을 위촉하면서 여야 4대1 구조가 됐다. 17일 해촉된 김유진 위원은 류희림 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안건을 제의하고 기자들에게 설명해 ‘비밀유지의무 위반’으로 해촉됐다.
심 교수는 “위원 추천을 국회가 하더라도 지금처럼 대통령이 위촉을 안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민주당은 보궐위원 2명을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받아주지 않고 있다. 방심위 설치 근거인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에 따라 보궐위원은 해촉 뒤 30일 안에 위촉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조만간 여권 인사로 옥시찬·김유진 위원 후임을 위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위원 결격사유 기준도 높지 않다. 특정 정당의 당원이어도 위촉 직전에만 탈당하면 문제가 되지 않고,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고문이나 자문역 등으로 활동했어도 결격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2014년 이 두 가지 결격사유를 담은 방통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듬해 법안이 통과될 때는 선출직 공무원과 대통령 인수위원 경력에 대한 결격사유만 추가됐다.
하지만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위원 구성의 정파성을 덜어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준희 방심위 노조위원장은 “방통위법 어디를 봐도 정당에서 위원을 추천할 권한이 있다는 말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소한 법에 있는 대로 정당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추천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도 “여야 6 대 3 구성은 법에 근거가 없는 관행일 뿐”이라며 “대한변호사협회 같은 공신력 있는 단체나 한국언론학회 등에서도 위원 추천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당마다 몫을 나눠 각자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인사 검증을 하고 합의하면 위원이 자신을 추천한 정치적 집단의 이익을 고려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방심위를 도구 삼아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려는 시도가 해소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2022년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당들이 제기한 연간 심의 민원 건수는 2014년 36건에 불과했지만 8년 만에 1600여 건으로 늘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4기 방심위 때 (심의기능 축소 등) 제도개선을 해보려 했는데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시민단체도 진보, 보수가 다 반대했다”며 “우리 사회 전반에 여전히 언론을 강하게 통제해야 사회정의를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