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이 받아든 성적표는 이번에도 초라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펴낸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뉴스 이용률은 매체를 막론하고 대체로 하락했다. 신문과 TV 등 전통매체는 물론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뉴스 이용은 뒷전으로 밀렸다. 영원할 것 같았던 포털 뉴스 생태계조차 흔들렸다는 건 특히 뼈아프다. 지난 일주일간 네이버 등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9.6%에 그쳐 2017년 조사 이래 처음으로 70%를 밑돌았다. 2021년과 비교해 9.6%포인트나 줄었는데 이 기간 포털 전체 이용률은 0.6%포인트만 줄어 대동소이했다. 뉴스만이 선택받지 못한 셈이다.
나쁜 성적표의 원인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가장 왕성하게 뉴스를 소비해야 할 2030 청년층이 뉴스를 멀리하고 있어서다. 20대의 2023년 텔레비전 및 포털 뉴스 이용률은 2021년 대비 각각 14.9%포인트, 13.5%포인트 급감한 44.6%, 81.9%를 기록했다. 청년들이 뉴스를 외면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우리는 많이 고민했다. 세계 뉴스 산업이 대체로 불황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 말할 수 있고 청년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가능하다. 다만 그러기에 앞서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질문들도 있다. 우리가 선보이는 뉴스 콘텐츠가 청년의 선택을 받을 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이런 질문들을 해보자.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 콘텐츠는 블로거나 유튜버가 만들어내는 정보 콘텐츠와 비교해 훨씬 알차고 깊이 있으며 흥미롭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2030의 경우 자신의 관심 분야나 본인과의 관련성 위주로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한데 기성 언론이 제시하는 뉴스 의제와 담론은 그들의 관심사와 맞닿아 있는가. 20대에서 종이신문을 전혀 읽지 않는 비중이 97%에 달하는 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된 뉴스를 이용한 경험은 18.9%에 이른다는데, 주요 커뮤니티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신문사는 몇 곳이나 되는가. 혹은 지난 일주일간 숏폼 동영상으로 뉴스를 이용한 20대가 20.5%나 된다는데 숏폼을 제작하고 있는 언론사는 얼마나 있는가.
물론 지금까지 언론계의 노력을 낮추어보는 것은 아니다. 청년이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업계의 해묵은 숙제로 수많은 언론사와 언론인이 이들을 다시 신문과 TV 앞으로 불러오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다. 그 결과 2030을 정확히 목표하는 다양한 주제의 뉴스레터와 버티컬미디어,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데이터·퀄리티 저널리즘 등이 차례로 등장했고 국내 뉴스의 지평을 넓히기도 했다. 그러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은 우리가 만들어온 뉴스 생태계를 계속 이탈하고 있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건 특히 우려되는 지점이다.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면 방향이 틀리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청년들에 다가가기보다 여전히 공급자 위주의 변화에 매달리지 않았는지, 언론과 뉴스에 대한 신뢰가 줄곧 추락하고 있는 현실에 우리가 반성할 지점들은 없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청년이 외면하는 뉴스에 미래는 없다. 실망스러운 결과가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도전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