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대구시는 대구MBC 취재를 방해하지 말라고 법원이 결정했다. 홍준표 시장의 지시로 대구MBC의 취재원 접근권을 침해했고, 취재원의 의사결정권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것이다. 홍 시장은 “의미가 없다”며 대구시 대응은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했고, 대구MBC는 홍 시장을 상대로 민·형사 대응도 이어갈 계획이다.
대구지방법원 제20-1민사부(재판장 정경희)는 31일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는 “전화, 방문, 인터뷰 요청 등 모든 취재를 거부하라고 지시하는 방법으로 대구MBC 기자, PD, 작가 등이 대구시청과 산하기관 등에 출입하거나 취재하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고 결정했다. 대구MBC는 지난해 12월 홍 시장과 대구시를 상대로 취재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우선 홍준표 시장이 취재거부를 지시한 게 맞다고 판단했다. 대구시 측은 취재거부는 공보관실 차원에서 소속 공무원들과 산하기관에 요청했을 뿐, 시장이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해 5월1일 대구시 간부회의에서 홍 시장이 강력 대응을 지시했고, 같은 날 취재를 거부하겠다며 대구MBC에 보낸 공문에 시장의 직인도 찍혀 있었다며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대구MBC가 ‘취재원에게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가 침해됐고, 취재원이 자유의지에 따라 언론과 접촉할 ‘의사결정권’도 과도하게 제한됐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공무원들과 산하기관은 취재에 응하고 싶을 수 있는데도 시장이 중간에서 방해하고 있다는 대구MBC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구MBC 측 강수영 변호사는 “취재의 자유, 즉 언론의 자유에 취재원에게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가 포함된다고 명시한 것이 이번 결정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보원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 언론중재법을 이번 결정의 근거법령으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언론의 이런 접근권이 “취재 요구에 무조건 응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판시했다. 취재원의 자유로운 의사와 만나야 하지만 홍 시장이 이들의 의사를 억압했고, 언론과 취재원이 만날 기회를 차단했기 때문에 위법했다는 뜻이다. 홍 시장이 취재응대 금지를 지시할 수 있는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점도 위법성 판단의 근거가 됐다.
홍준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가처분 결정에 대해 “(공보관실에서) 지시한 게 나는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몰랐는데, 했다고 그래요?”라며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취재거부는 공보관실이 요청해 자신은 몰랐고, 그렇더라도 이미 19일부터는 이를 철회해 법원 결정이 나왔어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취재거부를 철회했다고 밝힌 만큼 이를 위반할 우려는 적다며 ‘방해행위 1회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대구MBC 측 신청취지는 기각했다.
홍 시장은 “뭐를 하려고 하면 안 되도록 자꾸 훼방을 놓는데 어떻게 취재에 응해주냐”며 대구MBC의 대구시 정책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구시는 대구MBC가 “TK통합신공항의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왜곡보도했다며 지난해 4월부터 취재응대를 금지해 왔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 “기자는 취재의 자유가 있지만 우리는 취재거부의 자유가 있다. 헌법상 양심의 자유”라고 말했다.
대구MBC는 홍준표 시장에 대해 손배해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하는 등 민·형사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구MBC는 공보관실이 취재거부를 철회했다면서도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연락을 주지 않았는 데다, 정작 언론 대응을 담당하는 공보관실은 여전히 취재 연락을 거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