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기자회견 건너뛰고 KBS와 대담 녹화

[김 여사 '명품백 의혹' 언급할 듯]
4일 용산 대통령실서 신년대담
박장범 앵커 진행, 7일 밤 방영

윤석열 대통령이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도, 기자단과의 ‘김치찌개 간담회’도 아닌 KBS와 녹화 대담으로 대국민 소통을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와 신년 대담을 사전 녹화했다. 박장범 KBS 뉴스9 앵커와 진행한 대담은 설 연휴 이틀 전인 7일 밤 10시부터 100분간 방영된다.


대통령이 특정 방송사와 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청와대에서 KBS와 대담했다. 당시 대담은 이번처럼 사흘 전 녹화한 방송이 아닌 생방송이었다. 문 전 대통령이 2022년 4월 퇴임을 앞두고 손석희 전 JTBC 앵커와 진행한 대담은 녹화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 신우초등학교에서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주제로 열린 9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KBS와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 등 현안에 대한 입장과 함께 새해 들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된 국정 과제를 중심으로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밝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던 지난 2022년 4월 신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경청하겠다”고 밝히는 등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그해 11월21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이후 언론과 소통의 문을 닫아 버렸다.


2022년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정식 기자회견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도 지난해 5월2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진행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해외 언론과 여러 차례 인터뷰했지만, 국내 언론과는 2022년 12월30일 조선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가 유일했다.


윤 대통령의 KBS 신년 대담은 내용을 사전에 조율하고 사후 편집까지 가능한 녹화 방식이라 ‘짜고 치는 대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는 2일자 사설에서 “시시각각 뉴스가 움직이는 현실에서 하루 전도 아니고 ‘3일 전 녹화’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사전 조율이 가능한 녹화 대담인 데다 박민 사장의 ‘낙하산 논란’을 빚은 KBS와 진행한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다”고 했다.


이번 KBS와 대담은 언론의 불편한 질문은 피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보여 윤 대통령이 향후 기자회견 대신에 대담 방식 등으로 대언론 소통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금까지 KBS와 신년 대담을 했다고 밝혔을 뿐, 대통령 발언 전문 공개 등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취임 이후 단 한 차례 기자회견이 보여주듯 윤 대통령의 대언론 불통 이미지는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5일 성명에서 “지도자의 통치 행위에 대한 주권자의 상시적인 질문, 이의제기, 비판 기회 보장은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거부하고 대본에 기초한 대담에만 나선다면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조롱하고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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