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일 앞으로 다가온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많은 언론인들이 도전장을 던졌다. 기자협회보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주요정당 예비후보 명단을 분석한 결과 언론인 출신은 73명(공천탈락자 포함)으로 집계됐다. 적지 않은 숫자다.
이처럼 한국저널리즘의 두드러진 특징은 많은 언론인들의 국회 진출이다. 고(故)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제헌국회부터 18대 국회까지 국회의원 중 언론인 비율은 11~21%를 차지했다. 19대와 20대 국회 들어 10% 이하로 떨어졌지만 영국(6.5%), 독일(3.9%), 미국(2~3%) 등 주요 국가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정통성이 약했던 과거 정권들은 언론의 적극적 협조를 필요로 했고, 일부 언론인들이 정계 진출을 대가로 정치권력의 요구에 부응했던, 정언유착 시대의 뼈아픈 산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화 이후 정치권력의 금압과 통제는 사라졌지만 언론인이 정치에 뛰어드는 행태는 변하지 않았다. 언론인과 정치인 모두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기에, 언론인이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인이 되는 건 자연스럽다고 이들은 항변한다. 문제는 언론에서 정치로의 이동을 너무 가볍고 쉽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아무런 냉각기간도 없이 언론인의 옷을 벗고 자신이 비판하던 국회로 진출하려는 행태는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이는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존립 근거를 희화화하고 언론의 신뢰도 하락을 부추겨왔다. 언론인의 정치권 진출을 단순히 개인의 직업이동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현직언론인이 완충기간 없이 곧장 정치권력에 줄을 대는 이른바 폴리널리스트(정치와 언론인의 결합)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도 여전하다. 지난해 말까지 언론활동을 했던 언론인 중 공천을 받은 인물만 해도 호준석 전 YTN 앵커(서울 구로을),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서울 서초을), 박정훈 전 TV조선 앵커(서울 송파갑·이상 국민의힘) 등이 있다. 특히 당선이 거의 확실한 지역구에 단수공천된 신 전 앵커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자 ‘범이 내려온다’고 찬양하는 등 방송에서 과도한 정파성을 드러낸 전력이 있다. 그의 국회 진출 시도는 함께 일하며 언론의 중립성을 지키려 애썼던 전 동료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자신은 언론인으로서 권력의 감시견이 아닌 권력투쟁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자인하는 셈이기도 하다.
여당 뿐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돼 야당이 유리한 지역구에 단수공천(인천 부평갑)된 노종면 전 YTN 앵커의 경우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YTN을 퇴사한 지 10여 개월 지난 뒤 정치권에 발을 들여 YTN의 윤리강령을 지켰다고 하지만, 그는 퇴사 후 영향력 있는 유튜브 채널에서 연말까지 뉴스를 진행했다. 정계 진출을 위한 ‘형식적 냉각기’라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무엇보다 그의 국회 진출 시도는 이명박 정부 당시 유무형의 언론탄압에 저항하면서 얻은 ‘해직기자’라는 상징자산을 일신의 영달을 위해 소진해버리는 모습으로 비친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그는 YTN 앵커 시절 폴리널리스트를 매섭게 비판한 전력이 있는 인물 아닌가. 언론인들의 정계진출 시도가 왜 냉소의 대상이 됐는지, 출마자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국회에 들어가려 하는지 무겁게 자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