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4일, 반복적으로 폐지 논란에 시달리던 충남학생인권조례가 최종 폐지됐다. 26일에는 서울시의회가 인권·권익향상 특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각각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우리 언론은 이를 보도하면서 갈등 구도를 통해 이 사안을 설명하는 경향을 보였다. 먼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갈등을 부각하고 있다. 사실 정치인의 말이 가장 중요한 보도 출처가 되는 현재의 언론 환경에서 주요 정치인의 논평이 있다면 보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당 간 갈등 구도를 부각할 경우 이 조례가 무엇을 위한 것이고 어떤 것을 보호하는지, 학생의 인권 보호를 위해 어떤 조치가 요구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보다는 정당 간 이념 갈등이나 이해 관계의 갈등으로 이해되기 쉬워진다.
한편으로 더욱 이상한 갈등 구도는 교권과 학생 인권의 대립 구도이다. 다수 언론이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발의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학생의 인권이 과도하게 보장되다 보니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라는 발언을 그대로 실어주는 데에서부터 이러한 구도가 자연화된다. 몇몇 언론사는 아예 제목으로 “학생 자유 vs 교권 침해”라며 이 대립을 당연한 것으로 전제하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현장 교사 혹은 교감, 교장 등의 주체와 만나 “학생인권조례가 과도하게 학생의 인권을 보호해왔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인상을 전달한다. 예상되는 일이긴 하지만, 학생이라는 또다른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은 언론사는 매우 적다. 또한,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은 학생인권조례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한 사례이기에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서울시의 학생인권조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아직도 제정되지 못한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을 주민 발의로 이뤄내어 명문화한 중요한 이정표이기도 했다. 보수적 개신교 단체들은 이러한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면서 근거 없는 반대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언론은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의 전사를 구성함에 있어, 작년에 있었던 교권침해 사건을 보다 주요하게 언급한다. 물론 이는 교육부가 사건의 책임을 학생인권이 과도하게 보호되는 현실에 있다고 틀 지워버린 데 기인할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운 점은 우리 사회가 작년 고인을 추모하면서, 학교의 현실과 교사의 권리 보호에 대한 다양한 공적 논의의 틀을 만들었음에도 이것이 소실되었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단순하게 문제를 학생의 책임으로 개인화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문제의 근원은 학생과 교사의 대립 구도가 아닌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책임의 부재에서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목소리를 통해 듣고 현재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다듬어 왔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무제한적 자유와 방종을 종용하는 것도 아니고,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자체가 많지만 교권 침해 문제는 상시적으로 일어나기에 이것을 폐지하면 교권이 더 많이 보장될 것이라는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는 점이 짚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공적 논의가 축적되지 못한 채로 다시 한번 학생 자유와 교사 인권이라는 갈등 구도 속에 조례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언론이 제시하는 갈등 구도는 사안을 단순한 편 가르기로만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교사의 권리 보호를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또 민주주의에서 핵심적인 평등한 권리 보호와 차별금지의 맥락에서 성소수자 학생 보호에 나서지 못한 우리 사회의 무책임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당사자 중 하나인 성소수자 학생의 목소리가 가장 적게 재현·대표되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이 문제가 잘못된 갈등 구도 속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언론이 이 사안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 의제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