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적 화물차 하면 떠오르는 말인 ‘도로 위 흉기’. 처음엔 참신한 표현이었지만 너무 자주 쓰이다 보니 요즘은 상투 어구가 됐습니다. 과적 사고가 그만큼 자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단속을 계속하고 있고, 언론도 관련 기사를 쏟아냈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어딘가에 우리가 모르는 근본적인 허점이 있을 터였습니다.
취재팀이 주목한 것은 과적 단속 검문소였습니다. 국토부에서 운영하는 과적 검문소들은 물류 단지를 중심으로 한 번쯤은 지나치도록 꽤 촘촘히 배치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과적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검문소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방증이었습니다. 취재 결과 문제의 원인은 주행 중인 화물차의 무게를 재는 고속축중기라는 장비에 있었습니다.
고속축중기는 과적이 의심되는 차량을 골라내 저속축중기에 재측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설치한 세라믹 센서 고속축중기의 오차율이 영상 10도 기준 58%였던 겁니다. 과적 차량은 그냥 통과시키고, 적정량의 화물을 실은 화물차를 오히려 과적으로 판정한 이유였습니다. 온도가 내려가면 오차는 더욱 커져 사계절이 뚜렷하고 일교차가 큰 한국에서는 애당초 쓰면 안 되는 장비였습니다.
보도 이후 국토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재확인하고 22년간 4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낭비한 고속축중기를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과적 검문소가 주어진 임무를 다시금 충실히 수행하기 바랍니다. 취재를 위해 수차례 함께 지방 현장을 오간 영등포라인 후배들 고생 많았습니다. 기사 출고까지 많은 신경을 기울여주신 최규식 부장, 박희봉 팀장, 정연우 캡께 영광을 돌립니다.